10월 초 예전 매니저였던 디렉터한테 문자가 왔다.
님 neurips 학회 참석 관심있음? 12월 10일부터 15일까지 밴쿠버에서 하는데 원하면 너 추천해 줄게
처음 들어보는 학회였지만 이런 건 일단 간다고 하는게 좋은거다. 그나저나, 분명 학교 다닐 때 머신 러닝, 비전 하는 친구들한테 학회 이름을 좀 들어봤는데 왜 낯설까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원래 NIPS였는데 학교 졸업하고 몇 년 후 NeurIPS로 이름이 바뀌었단다. 그러니 처음 들어보지. 뭐 이유는 nips의 뜻이...
Expo
첫날은 회사 부스에서 방문객 응대를 했다. 부스에서의 주된 업무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인턴 또는 경력직 구직자 안내와 회사 소개. 구인 담당자는 상시 대기하고 있었다. 회사 안내를 위해서는 나를 비롯한 다른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질문에 응대를 했다. 학회 참가 전에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학회에서 해서는 안 될말, 해도 되는 말 등을 교육받았다. 대략 너무 자세히는 말하지 말고, 언론이 인터뷰 하자고 하면 홍보팀으로 넘기라는...
회사 부스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참가자들의 연락처를 받는 일이었다. 학회 지원팀의 업무 평가 척도중의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스에 방문했는가" 라고 했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일듯.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는 기념품과 참가자들의 연락처를 교환한다. 다행히 우리는 입구 바로 앞에 있어서 방문객들이 잘 찾아왔다.
3시간 동안 부스 지원 업무를 끝내고 다른 회사 부스들을 돌아봤다. 명성이 있는 학회다 보니 알만한 빅 테크 기업들과 해지 펀드 회사들이 참 많이 부스를 열고 있었다. 회사에서 주는 기념품도 참 다양했다. 가장 많은 기념품은 티셔츠, 문구류, 에코백이었다. 독특한 기념품을 나열해 보자면
-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에스프레소/라떼/마끼아또
- 로봇이 내려주는 에스프레소/라떼/마끼아또
- 학회에 스폰서를 안 해서 못 들어온 회사가 학회장 밖에 보내준 커피차
- 접이식 우산
- 즉석에서 레이저로 내 이름을 새긴 보온병
- 에어태그 호환 제품
- 망고, 블루베리 스무디
- 학회에서 찍어준 증명사
가장 마음에 든 곳은 스무디를 주던 Jump Trading과 라떼를 내려주던 recogni. 아침에 스무디 한 잔, 점심 먹고 라떼 한 잔 마시면 참 행복했는데.
Invited Talks
Fei Fei Li
매일 1-2명씩 유명 인사를 초대해서 약 45분 가량 강연을 했다. 가장 발표를 잘 했던 연사는 Fei Fei Li 교수. 시작 전에 사진을 찍으려고 대기하던 줄이 엄청 길었다. 비전, ML, AI 쪽이 아니라 잘 몰랐는데 별명이 AI계의 대모라고. 줄이 길만 하네.비전공자가 들어도 쉽게 따라올 수 있을만큼 그의 발표에는 수식도 복잡한 개념도 없었다. AI하는 분에게 들으니 발표내용이 크게 새롭지 않다고 했다. 이런 invited talk을 많이 다니는 듯. 유튜브에 6개월 전에 올라온 Data + AI Summit 2024 발표내용과 비슷했지만, neurips에서는 더 자세하게 자신의 연구 내용을 다뤘다.
Ilya Sutskever
10년 전 NeurIPS에서 발표된 페이퍼 중 나중에 보니 AI 업계/학계에 큰 임팩트를 준 것을 선정해 다시 저자가 발표하는 Test Of Time라는 재미있는 세션이 있었다. 올해는 특이하게 2개의 페이퍼가 선정되었다. Sequence to Sequence Learning with Neural Networks와 Generative Adversarial Nets. 2014년에는 정말 치열했나 보다. 첫 번째 논문의 1저자가 OpenAI 공동 설립자인 Ilya.
Rosalind Picard
이 분도 강연은 좋았다. 한 가지 이슈만 빼고. GenAI를 학교에서 부정사용하는 사례를 설명할 때 콕 찝어서 이렇게 말했다.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학생이 GenAI 부정 사용으로 인해 퇴학 당했습니다.
그 학생은 "학교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안 가르쳐줘서 몰랐다"고 변명을 했어요.
물론 내가 아는 대부분의 중국인 학생들은 정직하고 도적적이에요.
이런 부정 사용의 사례가 중국인에만 한정된 것일까? 설사 중국인만 그런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강연이 끝나고 질문을 받는 시간에 한 중국인 연구자가 나서서 이야기를 했다.
전체 강연 중 한 번도 나라를 언급한 적이 없는데, 부정 사용의 사례에서만 중국을 언급했습니다. 물론 모든 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중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신의 발언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앞으로 강연을 하실 때 국적에 대한 언급은 삭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발언은 청중들의 박수로 지지를 받았고, Rosalind 교수는 당황해 하며 말을 버벅였다. 아마 다른 곳에서 강연할 때는 이런 반응이 없었나 보다. 결국 다음 날 NeurIPS 명의로 이메일이 왔고, Rosalind 교수는 사과문을 올렸다.
이런 일이 있을 경우 맞서 싸우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인종 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맞선 중국인 연구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웰컴 리셉션
학회 첫 날, 학회 차원에서 음식을 내놓으며 파티를 열었다. 학회에서는 초밥, 새우 튀김, 카레, 꼬치구이, 탄산 음료 등을 무료로 제공했고, 나름 괜찮았다. 다만 앉아서 먹을 곳이 부족했다. 밥 먹으면서 Expo 구경하라는 뜻인듯.
Whova
학회 안내 이메일에 Whova라는 앱이 있으니 일정 관리와 네트워킹에 사용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앱이었는데. 일단 느리고, 가끔 메세지를 읽으러 들어가면 가장 오래된 메세지부터 보여주는 버그가 있었다. 그래도 학회 참가자들 목록도 볼 수 있고, 메세지도 보낼 수 있고, 단톡방을 만들어서 네트워킹 하기에는 충분했다.
학교, 지역, 회사 별로 모임이 있었고, 스키타러 가자는 모임도 있었다. 한국인 참가자들 모임을 통해 같이 저녁도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데 잘 활용할 수 있었다. Whova 회사에서 앱이 어떤지 설문하는 이메일이 왔길래 그 동안 쌓였던 불만 왕창 토로해줬다. 좀 더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만에 학술적인 학회에 가보니 예전 박사과정 때 생각도 나고해서, 다시 연구하는 직종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 하고 잠깐 생각해보긴 했다. 근데 논문 쓸 생각을 해보니 1분 만에 생각을 접게 되드라. 그냥 개발 열심히 하고 가끔 이렇게 학회 구경가는 게 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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