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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by 목장주 2014. 1. 3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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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8일 아틀란타 땅을 밟았습니다. 첫 날 마중 나온 선배와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시켰는데 잘못 시켜서 빵, 고기, 빵만 나왔습니다. 그날 저녁 아는 형과 기숙사 방에서 종이 상자 깔고 잠을자는 것으로 가난한 유학생 코스프레를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저는 참 편하게 유학 생활 했던 거였습니다. 타주에서 놀러온 친구는 활어회, 짜장면, 생크림 케익 등 먹고 싶은 것을 차타고 30분만 가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2박 3일 내내 먹기만 하다가 갔습니다. 


점심 때 피자주는 세미나를 골라서 학점도 채우고 배도 채웠습니다. Minority 모임이 있다길래 아시아인도 Miniority인줄 알고 저녁 먹으러 같이 유학온 신입생 친구들 데리고 갔습니다. 그날 저녁 그 모임에 아시아인은 저와 제 친구만 있었습니다. 그것도 제일 먼저 가서 줄 서서 있었습니다. 그 모임을 주최한 학교 담당자가 시간 맞춰 와서 제일 처음 우리를 보고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우리도 Minority인줄 알고 왔다."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웃으며 어차피 사람 적게 와서 음식 남으니 먹고 가라고 합니다.


여름마다 시카고 외곽에 있는 모토로라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3년 인턴했더니 정직원으로 받아줬습니다. 6년 반 만에 열대 지방 아틀란타를 탈출했는데, 정착한 곳은 동토의 땅 시카고 외곽이었습니다. 남들 다 있는 노스페이스 여기와서 처음 샀습니다. 여기서 그런거 안 입으면 얼어죽을지도 모릅니다. 


하루하루 프로그래밍으로 앵벌이하며 살다보니 아이도 셋이나 낳고, 집도 샀습니다. 하루 아침에 수 억원 빚이 생긴건 전혀 기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집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점은 기쁩니다.


집 사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것 저것 고치고, 새로 설치할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납니다. 대부분은 손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전문가를 불러 하면 편하고 믿을만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하나 둘 직접 하기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집 고치는 일은 재밌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보고 느끼고 겪은 저의 소소한 경험들이 조금이나마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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