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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코로나 시대에 이직 하기

by 목장주 2020.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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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실패!

 

1월 30일 매니저와 2019년 연말 평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미국에서의 회사 생활 7년 중 가장 최악의 고과를 받았다. 그리고 매니저는 Performance Improvement Plan(PIP)을 나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Blind에서 아마존 직원들의 단골 질문 중의 하나가 PIP에 관한 것이다.

 

PIP를 시행하기로 했는데 남아서 버텨야 하는지 이직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조언은 그 기간 동안 인터뷰 준비해서 이직하라는 것이었다. 

 

나한테 주어진 시간은 4월초까지 약 2개월. 그 동안 팀에서 새로 시작하는 data lake프로젝트에 투입이 되고 간단한 ETL 작업을 수행하기로 했다. Python과 PySpark을 이용하는 작업인데 그리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다. 충분히 기간안에 끝내고 PIP를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 평가도 예상외의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을 생각하면 PIP도 안심할 수 없었다. Plan B가 필요하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지원

4월 초에 오퍼를 받으려면 늦어도 2월 말에 지원을 해야했다. 일단 Linkedin에 올라온 회사들의 목록을 한 번 쭉 모아봤다. 그리고 그 회사들의 리뷰를 Glassdoor에서 찾아봤다. 직원 규모는 1,000명 이상, 평점은 3점 이상의 회사들을 추려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어느 리쿠르터의 동영상에서 실제 구직자들의 목록을 필터링하는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기계한테 지원하지 말고 사람한테 지원해라

 

웹사이트를 통해서 지원하면 수 백, 수 천명 들과 경쟁을 해야한다. 리쿠르터가 이력서를 하나하나 쳐다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필터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구인 조건과 맞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낸다. 이 관문을 통과하려면 기가 막히게 구인 공고의 내용과 일치하는 경력이 본인의 이력서에 있어야 한다. 이렇게 통과된 이력서들을 이제 리쿠르터가 보게 된다. 

 

모든 구인 공고에 맞게 이력서를 고친다 하더라도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대신 사람에게 직접 지원을 하게 되면 기계에게 필터링되는 단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 

 

다행히 지난 2년간 무수히 지원하며 맺어놓은 친구들이 있었다. 일단 웹사이트를 통해 지원을 하고, 또 리쿠르터들에게 이메일로 이력서를 첨부하여 지원을 했다. 다행히 답변들을 곧 잘 해줬다. 새로 알게된 회사들은 링크드인을 통해 친구를 추가하고 친구가 되면 지원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료 사용자는 검색 제한에 걸릴 때가 있다. 

 

무료 검색 한계에 도달했으니 검색 결과를 보고 싶으면 돈을 내라! 

 

드럽고 치사해서 유료 버전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1개월 동안 가장 비싼 옵션까지 체험해 볼 수 있다. 단계가 올라갈 수록 보낼 수 있는 메세지의 수 등이 올라간다. 어차피 무료인 것 가장 비싼 옵션으로 했다. 로그인을 하니 페이지가 아예 다른게 나오더라. 

 

회사의 recruiter, talent acuitiion, technical recruiter 등의 검색어로 검색을 했다. 그리고 바로 메세지로 이력서를 보내고 연락을 기다렸다. 

 

이메일이나 링크드인을 통해 이력서를 보낸 것이 효과를 봤는지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내 이력서가 별로 였는데 리쿠르터가 대충 쓰윽 보고 실수로 연락을 했는지, 원래 필터링을 통과할 이력서였는지는 판단의 근거가 부족했다. 하지만 이메일 하나 더 보내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안할 이유가 없다. 꼭 하시오! 두 번 하시오!

 

구직을 할 때 링크드인은 참 좋은 수단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하나 있다. 링크드인을 일주일에 두 번씩 살펴보며 새로운 구인 공고를 확인하다 발견한 사실이 있다. 링크드인에 방금 전 올라온 공고라고 가보면 이미 지원했던 공고인 경우가 있다. 리쿠르터에게 물어보니 링크드인이 주기적으로 공고를 업데이트를 해서 마치 새로 작성된 것처럼 보이게 해준다고 한다 -_-

 

리쿠르터와 전화 인터뷰

2월 28일 금요일부터 3월 1일 일요일까지 약 70여개의 구인 공고에 지원을 했고, 3월 2일부터 바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늦어도 2주 안에 연락이 안 온다면 떨어졌다고 봐야한다. 전체 지원의 70%가 이 단계도 오지 못했다. 떨어졌다고 이메일이 오거나, 감감 무소식. 

 

리쿠트터는 전화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서 이상한 사람들을 걸러낸다.

  • 왜 옮기려고 하는가
  • 지금 회사랑 지난 회사에서는 무슨 일을 했는가
  • 연봉은 얼마를 원하는가
  • 출퇴근은 문제가 없는가, 이주를 해야하는가
  • 구인 공고에 난 업무를 할 수 있는가

리쿠르터가 팀에 내 정보를 건네주면 팀에서 내 정보를 보고 다음 단계로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이 단계에서 떨어진 회사는 다행히 하나 뿐이었다. Citadel 가보고 싶었는데.. 

 

물론 나도 이 단계에서 거른 회사가 두 곳이 있었다. American Express 자회사인 Accertify와 CapitalOne. 희망 연봉을 맞춰줄 수 없어서 아쉽지만 더 높은 직급의 자리가 나오면 연락하기로 했다.

 

다음 단계는 Technical Phone Interview 또는 Online Coding Test. 순서는 회사마다 달랐고 Online Coding Test를 생략하는 회사도 있다.

 

Online Coding Test

보통 리쿠르터와 전화를 마친 후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하지만, 코딩 테스트부터 보내주는 회사가 두 곳(NextCapital, Akuna Capital)이 있었다. 아쉽게도 두 곳 모두 리쿠르터와 전화도 못 해보고 온라인 코딩 테스트에서 탈락. 

 

대부분의 코딩 테스트는 HackerRank를 사용했다. JP Morgan Chase는 처음 들어보는 업체를 통해 테스트를 했다. 온라인 테스트에서 조심할 점은 내가 볼 수 있는 테스트 케이스 뿐만 아니라 내가 모르는 케이스들이 있기 때문에 잘 고려해서 코딩을 해야한다. 

 

아마존도 코딩 테스트를 보내줬고, 지난 번에 잘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3문제 중 한 문제를 풀지 못했다. 그래서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전화 면접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이때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도 많이 퍼지기 시작했고 2곳의 회사(Goldman Sachs, Belvedere Trading)에서 채용을 중단한다고 이메일이 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악화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전화 인터뷰 

Technical Phone Interview에서는 간혹 알고리즘 문제도 물어봤지만, 대부분 간단한 Java, OOP 등에 관한 질문과 이전 경력에 대한 질문들을 했다. 면접자는 2-3년차부터 10-20년 이상 경력직들까지 다양했다. 확실히 낮은 연차의 개발자와의 면접은 쉬웠다. 자바, OOP등 자주 묻는 질문 리스트에서 크게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높은 연차의 개발자들은 일단 질문 리스트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더 깊게 물어본다.  

 

정말 자주 물어본 질문들은 Java Collection, String pool, Immutability, Thread, Garbage Collection, Design Pattern, Hashcode와 Equal, Abstract와 Interface 등에 관한 것이었다. 

 

Top 20 Core Java Interview Questions and Answers from Investment Banks 사이트에 가보면 각 질문 별 자세한 답변과 다른 연관된 인터뷰 문제들을 볼 수 있다.

 

전화 인터뷰할 때 코딩을 하는 경우도 있다. Amazon, Peak6. 아마존의 문제는 쉬웠는데 무슨 대답을 잘못했는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Peak6는 비행기 이착륙을 시간 계산을 하는 문제였는데 시간 부족으로 실패.

 

Nielsen의 경우 말로만 듣던 "임시 변수 쓰지 않고 두 변수의 값 바꾸기" 문제를 받았다. 아 정말 이런 문제는 안 냈으면 좋겠다. 실제로 잘 쓰지도 않고, 미리 알면 풀고 모르면 틀리는 이런 문제 정말 싫다. 다행히 알고 있어서 성공.

 

온사이트 인터뷰

3월 16일부터 회사가 재택 근무를 시작했고, 일리노이는 21일부터 일리노이 주지사가 자택 대피령을 발령했다. 회사들도 온사이트도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시작했고, 진행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JPMorgan Chase, Capital One, ServiceNow, Nielsen 이렇게 네 곳에서 온사이트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ServiceNow

Zoom을 통해서 면접을 봤고 3팀에서 2명씩 총 6명이 동시에 들어와서 면접을 했다. 2가지 간단한 코딩 인터뷰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FizzBuzz 문제와 배열 소트 문제를 받았다. 이어서 몇 가지 refactoring을 요구 받았고, 테스트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대답을 하고난 후 사람들 표정을 보니 대답을 썩 잘한 것 같지는 않았다. 

 

기술 면접이 끝나고 직원들은 나가고 매니저 3명만 남아서 추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Behavior Question과 이전 경력에 대해 질문을 했다. 

 

아쉽게도 ServiceNow는 탈락.

 

Nielsen

Nielsen은 시청률을 조사하는 Nielsen Media와 소비 패턴을 조사하는 Nielsen Connect로 분사가 진행중이다. 면접을 본 곳은 Nielsen Connect.

 

리쿠르터가 말하길 기술적인 것은 대부분 전화 면접때 했으니까 편하게 궁금한 것 질문하고 서로 맞춰가는 자리로 생각하라고 했다. 면접관은 Senior VP, Director, Principal Architect로 구성되었다. 정말 앞의 높은 두 분은 팀 구성은 어떻고, 어떤 일을 하고, 오면 무슨 일을 하고 등등 거의 교육 받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Architect도 간단한 기술적인 질문만 했고 궁금한 거 물어보라는 식이었다. 인터뷰 끝나고 오퍼를 확신했다,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수요일에 면접이었고 다음 날 피드백이 아주 좋다고 리쿠르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금요일에 바로 오퍼 준다고 연락이 올 것만 같았는데 무려 2주가 지난 4월 8일 이메일이 왔다. 코로나 때문에 채용 중지 결정이 내려졌고, SVP와 Director가 강하게 요청했지만 통과를 못했다고 한다. 대신 6개월 안에 채용이 재개되면 별도의 인터뷰 없이 채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 망할놈의 코로나. 

 

JPMorgan Chase

두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런던과 시카고에 팀이 있는 곳과 먼저 인터뷰를 했다. 총 이틀에 걸쳐 3명과 인터뷰를 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리쿠르터도 피드백이 좋다고 연락이 와서 첫 오퍼를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이 자리는 채용이 취소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며칠 후 인터뷰를 한 번 더 했다. 이번에는 서로 다른 팀에서 6명이 들어왔다. 다들 10-20년씩 근무한 Vice President, Managing Director, Executive Director 들이 들어와서 쉴 새 없이 질문을 하고 나갔다. 꾸역 꾸역 대답을 다 하긴했는데 몇 몇 질문은 대답을 잘 하지 못했다. 오퍼를 못 받을 줄 알았는데 6명 중 한 명이 관심이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4월 18일 드디어 오퍼를 받았다. 리쿠르터는 공식 오퍼가 곧 나올테니 복지 혜택 문서를 보고 있으라며 pdf 파일을 보내줬다. 401k는 최종적으로 8%를 매칭해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4년 후에야 내 계좌로 들어오게 된다. 중간에 퇴사를 하거나 실직을 하면 지난 4년간의 401k는 휴지조각이 된다. 대신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나중에 재입사를 해서 4년을 채우면 그 돈이 내 계좌로 돌아온다고 한다. 

 

연봉은 지금 회사에서 받는 것 만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401k까지 포함하면 실제 받는 돈은 훨씬 적었다. 큰 회사에서, 더 재미있는 프로젝트,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좋았지만 잦은 정리해고, 실질적으로 낮은 임금을 생각하면 망설여졌다. 아내와 상의 끝에 오퍼를 거절했다. 

 

Capical One

여기는 직급 이름이 특이하다. Senior 다음이 Master. 리쿠르터 말대로 기다려보니 Master 구인 공고가 나와서 지원했다. 온사이트 인터뷰 일정을 다 잡아놓고 기다리는 중에 리쿠르터에게 연락이 왔다.

 

채용이 중지되었어요 고갱님. 지금 인터뷰를 하게 되면 나중에 채용할 때 오퍼를 줄게요. 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장담을 못 해요. 그래도 콜?

 

이왕 온사이트까지 온 거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묻고 더블로 가!

 

 

온사이트 인터뷰는 기술 인터뷰 2번, Behavior Inteview 1번, 그리고 Capital One의 면접이 다른 회사들에는 없는 Case Interview, 이렇게 총 4단계였다. Case Interview는 개발자에게는 낯선 인터뷰 형태지만 컨설팅 회사만큼 어렵지 않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

 

다행히 케이스 인터뷰를 위해 회사에서 만들어 놓은 교육용 동영상도 있다. Case Interview가 무엇이고, 지원자의 어떤 점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고, 지원자는 어떻게 접근을 해야하는지 등등 설명이 잘 되어있다. Glassdoor에 가면 후기들이 있으니 참고하면 잘 대처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면접관과 끊임 없이 질문하고 대화하며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이다. 직군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발자에게 정해진 케이스는 하나인 것 같다. 면접관은 Glassdoor에 나온 인수 합병 케이스를 가지고 질문을 했다. 다행히 미리 연습을 해둔 덕에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Behavior Interview도 주로 많이 나오는 질문들 위주로 준비해 놓으면 된다. 이럴 땐 어떻게, 저럴 땐 어떻게 등등 실 사례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게 좋다. 쉬운 주제이지만 준비 없이 "이럴 땐 어떻게 했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버버하기 쉽다. 

 

기술 인터뷰는 코딩 없이 앞서 많이 나온 기술 질문들과 비슷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여기서도 오퍼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3일 후 리쿠르터에게 연락이 왔고 인터뷰를 통과했다고 했다. 그러면 뭐하나 코로나 때문에 오퍼가 안 나오는데.. 10월 이전에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수 밖에.

 

결론

한창 온사이트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매니저와 약속한 날이 왔다. PIP에서 제시한 일은 모두 다 끝난 상태였다. 업무 진행 상황도 시스템이 아닌 이메일로 이틀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해줬다. 매니저는 PIP 결과와 업무 진행 상황 업데이트에 대해 만족해했다. 

만일을 대비하여 이직을 준비했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지금 쯤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을지도.

이번 기회를 통해 회사 생활에서 매니저와의 관계에 대해 크게 깨달은 것도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상황이 얼른 좋아져서 좀 더 재밌는 일을 하고, 좀 더 체계적으로 일을 할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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