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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만에 집 팔기

일상

by 목장주 2020. 8. 1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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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Seller's Market이 찾아왔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부동산에 매물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집을 팔기로 마음 먹은지 3주만에 집을 팔 수 있었다.

 

보통 2-6월에 매물이 쏟아져 나와 계약이 이루어지고 7-8월에 잔금을 치루고, 그 이후에는 매물이 들어가는 수순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 시기가 늦쳐줬고 끝물이어야 할 7월 말이 피크 시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다행히도 우리가 최대한 빨리 준비한다면 Seller's Market에 합류하여 집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개인(realtor) 선정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중개인 선정이다. 동네에서 평이 좋고 잘 나간다는 중개인 3명과 접촉을 했다. 다들 15-30년 경력의 이 지역 부동산 전문가였다. 아주 잘 나가는 사람과 계약을 하면 정작 일을 할 때 연락이 잘 안 되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우리도 잘 나간다는 중개인 중의 한 명과 연락을 했더니 실제 우리 집에 방문을 한 사람은 그 사람 조수였다. 팀원들을 꾸려서 일을 잘 하니 유명하겠지만, 중개인에게 물어볼 일이 있을 때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는 점이 우리를 망설이게 했다. 

 

Redfin도 중개인이 있고, Redfin 중개인의 장점은 수수료가 다른 중개인에 비해 싸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본 사람은 덜 전문적인 느낌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중개인은 방문 첫 날부터 집안 구석구석 돌아보며 고칠 것이나 배치 들을 조언해주고 모든 연락을 본인과 직접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27년 경력, 적극적인 성격, 좋은 리뷰등은 덤.

 

페인트 칠

6년 동안 아이들이 벽에 낙서한 것들, 액자를 거느라 뚫은 구멍들, 손 때, 각종 흠 때문에 벽이 엄청 지저분해 보였다. 전 주인이 남기고간 페인트로 덧칠을 해서 가려볼까 했다. 하지만 페인트가 없거나, 이미 말라버렸거나, 똑같은 제품을 찾아보려했지만 이미 단종되었다는 소식에 좌절을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중개인이 추천한 페인터, 친구가 추천한 한인 페인터, 리뷰가 좋은 페인터 2곳, 이렇게 4곳에서 견적을 받아봤다. 대부분 10피트 x 10피트 방 하나에 천장 포함 300-400불 정도 하는 것 같았다. 천창이 높은 거실 같은 경우는 조금 더 비싼 것 같고.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아래와 같이 각 방마다 벽, 천장, 바닥 트림, 문, 천장 몰딩 등 페인트할 곳을 표시해서 견적을 보내준다. 벽은 보통 2번(2 coat)을 칠하고, 천장은 한 번으로 끝내는 듯 하다. 천장은 어차피 하얀색 위에 하얀색을 칠하는 것이라 한 번이면 되는 것 같다. 벽은 기존 색에 비해 새로운 색이 밝을 경우 한 번만으로는 원하는 색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프라이머(primer)를 칠하지 않는 이상 2번은 칠해야 한다. 프라이머 칠하고 색 칠하나, 색 두 번 칠하나 결과적으로는 두 번 칠하는 작업.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문. 위의 견적은 1층만 칠하는 것을 가정을 하고 받았다. 1층 문 중에 지하로 향하는 문, 차고로 향하는 문, 현관문의 경우 한 쪽만 해준다. 이상한 점은 같은 1층에 있는 화장실 문의 경우 양면 모두 칠해준다. 견적 받을 때 양쪽 모두 칠하는지 꼭 확인하자.

 

모두 다 평이 좋은 업체들이었기 때문에 소요 시간과 가격을 고려해서 한인 업체에게 맡기기로 했다.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이분들에게 마스킹 테잎은 사치였다. 붓으로 일필휘지하며 코너와 벽이 만나는 부분을 칠하셨다. 마스킹 테잎을 하면 거침없이 칠하고 실수해도 괜찮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남들 3일 걸린다는 페인트 작업 이분들은 2일만에 완성하셨다.

 

마스킹 테잎이 뭐지? 먹는 거임?

 

벽 색은 요새 유행이라는 회색 계통의 색으로 결정했다. 갈색 계통의 벽이 회색으로 바뀌니까 빛이 반사되어 방이 더 밝아졌다. 

 

 

우리 family room이 밝아졌어요

 

 

2층과 지하실은 칠할 곳이 얼마 안 되어서 직접 할 수 있었다. 우리도 아저씨를 따라 마스킹 테잎 따위는 쓰지 않고 일필휘지하기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계선 작업

 

깨끗하게 쓴 방은 지저분한 부분이나 구멍을 메운 부분만 살짝 덧칠(touchup) 해주면 된다. 완벽하면 더 좋겠지만 구매자에게 깔끔한 이미지만 심어주면 된다. 

 

 

페인트가 없었던 노란방은 비슷한 색을 찾아서 칠해주기로 했다. 비슷하지 않으면 2번 칠해야 겉에 칠한 색이 제대로 나온다.

 

 

창문도 지저분하니 semi-gloss 하얀색으로 칠해주자.

 

 

이전 페인트가 없다면 홈디포에가서 페인트 샘플카드를 왕창 가져오면 된다. 비슷한 색을 전부 가져온 후 벽과 비교해서 최대한 비슷한 것을 찾아쓰면 된다. 벽 조각을 떼어가도 매치를 해주지만 색이 완전 똑같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굳이 벽 뜯지 말고 그냥 샘플 카드 가져와서 벽과 비교하는 방법이 더 낫다.

 

 

페인트의 종류는 무광(flat, matte 등)부터 유광(Hi gloss, semi gloss 등등)까지 빛을 반사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다. 문, 트림, 몰딩은 주로 hi-gloss나 semi-gloss같은 유광 제품을 사용하고, 벽은 주로 flat이나 matte 같은 무광 제품을 사용해서 칠한다. 

 

 

1층 페인트는 Benjamin Moore 페인트를 사서 했고, 2층 방은 Benjamin Moore와 Behr에서 사서 했다. Behr보다 Benjamin Moore 페인트가 약 2배 비싸다. 근데 칠해보니 벤자인 무어 페인트가 훨씬 냄새가 적었다. 3일 내내 문 열어 놓은 Behr 페인트에서 나는 냄새가 칠한지 하루 된 Benjamin Moore 페인트 냄새보다 더 강했다. 역시 비싼 이유가 있었구나.

 

마루 광내기

마루의 일부는 설치한지 오래되어서 칠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페인트 아저씨의 조언에 따라 벗겨진 부분을 긁어내고 왁스칠을 하기로 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글 마루 광내기 Hardwood Refinish 참고.

 

태양권!!! 

벽 수리

석고보드(drywall)는 다루기가 쉬운 대신, 상처도 쉽게 난다. 각종 액자를 위한 구멍, 문을 세개 닫아서 생긴 구멍, 차고에 너무 차를 가까이 대는 바람에 생긴 구멍들을 메워야 한다. 대부분은 치약같은 느낌의 spackling paste를 사다 발라주면 구멍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아주 큰 상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차고 벽에 하도 박아서 석고보드가 아주 망신창이가 되었다. 고치려고 자세히 보니 이미 전주인부터 시작해서 우리까지 많이도 해드셨다. 

 

 

먼저 직사각형 모양으로 상처난 곳을 떼어낸다. 

 

 

상처가 큰 경우 2피트 x 2피트 석고보드 패널 (drywall panel)을 사다가 잘라쓰면 된다. 

 

 

아는 분께 하나 얻어와서 필요한 만큰 잘라준다. 그냥 칼로 한 번 긋고 힘주면 툭하고 금따라 부러진다. 

 

 

이번 경우는 이미 stud가 있어서 상관 없지만, stud가 없는 경우 작은 나무 조각을 먼저 고정시켜준다. 그 다음 그 위에 석고보드를 나사못으로 고정 시켜주면 끝. 

 

 

이제 열심히 spackling paste를 발라서 틈을 메우면 된다.

 

덱 수리

덱은 칠이 벗겨져서 비와 햇볕에 나무가 상하고 있었다. 게다가 고기 굽다 숯이 떨어져서 구멍난 부분도 있었다. 나무를 사다가 아주 심하게 상한 부분은 교체해주고, 색도 예쁘게(?) 칠해줬다. 자세한 내용은 덱 수리 + 페인팅 참고

 

분명 갈색을 샀는데 칠하고 보니 ㅠ.ㅠ

 

외벽 청소

이끼가 낀 외벽은 쉽게 물청소가 가능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집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첫인상이 깔끔하게! 홈디포에서 물청소기 빌려와서 청소하면 끝. 자세한 과정은 $79에 6년 묵은 때 제거하기 (feat. Pressure Washer) 참고

 

 

우리 집 외벽이 깨끗해 졌어요

 

 

마당 정리

다행히 뒷마당에 잡초는 크게 많지는 않았다. 대신 원래 있던 텃밭을 다 없앴기 때문에 그 빈 공간은 흙만 남아있었다. 중개인이 조언하길 mulch를 사다가 깔라고. 멀치가 필요한 공간은 Square Footage Calaulator로 대충 계산을 해본다. 멀치 한 봉지가 3인치 두께로 덮었을 경우 약 6 sfqt를 덮을 수 있다. 1인치 기준으로 하면 18 sqft를 덮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한 봉지 풀어서 얇게 해도 그리 많은 면적을 덮을 수는 없다. 일단 계산한 대로 사서 뿌려보고 모자라면 더 사다 하면 된다.

 

 

밋밋했던 마당이 이렇게 변했어요!

 

 

 

리스팅

마지막 관문이 리스팅이 남았다. 중개인과 사진 찍기 전에 집 상태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하고, 사진찍고, 가격 정하고, 집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면 된다. 가격은 최근 우리 동네에서 팔린 비슷한 규모의 집이 팔린 정보, 시장에 나온 물량, 우리 집의 상태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면 된다. Seller's Market이고 최근에 우리가 고친 것들이 많아서 2년전에 내 놓았던 가격보다 올려서 내놓기로 했다. 물론 그 가격을 다 받으면 좋겠지만, 보통 협상 과정에서 1~5% 정도 가격이 내려가기도 한다.

 

중개인 말로는 실제 공개된 MLS에 집 정보를 올리기 전에 자신들의 비공개 리스팅에 먼저 올려서 간을 본다고 했다. 중개인은 자기들끼리의 네트웍을 통해서 먼저 집 정보를 올리고 관심이 있으면 공개되기 전에 먼저 보러 올 수 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내놓은 가격도 일종의 베타 테스트를 할 수 있다며, 반응이 싸늘하면 가격을 좀 내려도 된다고.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는데, 비공개 리스팅에 집을 올리자마자 2명이 관심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 뭐 두 명 올 수 있지....

 

그런데 말입니다.

 

 

그 두 명 중 한 명이 집을 보자마자 관심이 있다며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그것도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다 주고 산다고. 지난 2주동안 잠도 줄여가며 죽어라 청소하고, 페인트 칠하고, 집 고치느라 힘들었는데 한 순간에 피로가 싹 가셨다.

 

2년 전에 집을 내놓았을 때는 Buyer's Market이었고, 페인트 칠도 안하고, 짐도 덜 싸고, 마당 정리도 안 하고, 외벽 청소도 안했다. 지금은 그와 정반대의 상황이긴 하지만, 공개적으로 리스팅을 하기도 전에 집이 팔리다니. 정말 Seller's Market이긴 한가부다. 

 

다음 집 찾기와 이사 준비하기

3주 동안 청소하며 틈틈히 집을 검색하고 주말마다 매물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이렇게 상황이 급변할 줄 모르고 좀 느긋하게 있었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eller's Market이라 파는 입장에서 좋지만 사는 입장이 되어서는 악몽이 따로 없다. 일단 물건이 별로 없다. ㅠ.ㅠ 다행히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서 집 파는 계약을 한 지 일주일 안에 이사갈 집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 집을 팔아야 그 잔금으로 다음 집을 살 수 있다. 집을 팔기 전 날 짐을 다 빼놔야 하고, 이사가는 집은 계약이 끝나야 집 열쇠를 받아서 이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월 1일에 집을 팔게 된다면 9월 30일에 짐을 빼야 한다. 10월 1일 오전에 집을 팔고 잔금을 받아서 그 날 오후에 다음 집을 사면 된다. 이사는 10월 1일 오후는 늦어서 힘들고 10월 2일 오전에 이사를 할 수 있다. 그럼 내 이삿짐은?

 

여러 선택지가 있다. 

  • 짐을 9월 30일에 빼서 창고에 넣어 두고, 9월 30일, 10월 1일은 호텔에서 잔다. 창고에서 다시 짐을 빼서 10월 2일에 들어간다. 창고에 짐을 넣고 빼야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 우리 집 구매자에게 rent-back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우리가 며칠 더 집에서 머물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건데 우리 중개인은 별로 권하지 않았다. 판매가 끝난 후 이틀 동안 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을 져야하는 추가 계약도 해야해서 권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많이들 이용하는 방법이고 판매자가 이사 시기에 여유가 있다면 고려해볼만 하다. 이사를 한 번 밖에 안하므로 비용이 제일 적게 든다.
  • 짐을 9월 30일에 빼서 이사 업체 트럭에 넣어놓는다. 9월 30일, 10일은 호텔에서 잔다. 차에서 짐을 내리고 다시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첫번째 방법에 비해 추가 비용이 그나마 덜 들어간다. 우리는 이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주택 담보 대출. 사실 집 팔기 준비하는 것 만큼 신경쓰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출은 다음 집 사고 나서 한 번 정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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