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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파업을 했습니다.

일상

by 목장주 2020. 8.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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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따라 마시려는데 냉장고 아랫부분에 물이 고여있었다. 일단은 잘 닦고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자세히 지켜보니 왼쪽 문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왼쪽 아래 귀퉁이에서 물이 스물스물 나오고 있었다. 집을 팔려고 내놓을 때 쓴 광고문구 중의 하나가 스댕 냉장고였다. 근데 그 스댕 냉장고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집 잔금 치르기 전에 얼른 고쳐야 했다. 

 

물이 고이고 있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뒤져본 결과 보니 어딘가 물이 이동하는 관에 흠집이 나서 물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곳을 다 뒤져봐도 물이 흐르는 플라스틱 파이프가 손상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하나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냉장고 안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부분이었다. 일단 일을 해야하므로 오후에 문을 뜯어보기로 했다.

 

지하실에서 일을 마치고 올라와보니 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자기야 냉장고가 아예 안 되는 것 같아

 

냉동실을 보니 물건들이 녹기 시작했다. 일단 내용물을 다른 냉장고에 옮겨놓고 또 다시 검색을 해봤다. 물이 새는 것은 파이프가 손상된 것이 아니라 얼음이 녹아서 문 틈 사이로 흐르는 것 같았다. 냉장고가 작동을 안 하는 것은 컴프레서가 작동을 안 해서 인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냉장고는 1년 무상 수리를 제공한다. 컴프레서는 5년 간 무상 수리를 제공하고 6년부터 10년 동안은 부품만 무상으로 제공한다. 서비스 기사의 노임만 부담하면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냉장고는 산지 5년이 조금 넘었다. 집 잔금 치르려면 한 달 밖에 안 남았는데 조금 더 버티던가, 아니면 5년 전에 고장이 나던가 ㅠ.ㅠ

 

계속 검색을 해보니 LG에서 사용하는 컴프레서는 Linear Compressor인데 이게 문제가 생겨서 이미 2014년에 집단 소송 판결이 난 적이 있다. 검색한 바에 의하면 그 이후에도 동일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바람에 아직도 컴프레서 문제로 소비자들이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집 냉장고도 아마 비슷한 증상이 아닐까 한다.

 

어떤 아저씨가 컴프레서 고쳤다며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다. 아저씨 왈

 

내가 어떻게 고쳤냐고? LG에 전화했지. 걔들이 집단 소송 때문에 그런지 워런티를 늘려주더라고. 그래서 사람 불렀어

 

그 외에도 찾아보니 컴프레서 교체는 일반인이 하기 힘든 작업이라 돈을 내던 안 내던 사람을 불러야했다. LG 서비스 센터에 전화했더니 영업 시간 끝이라고 전화를 안 받았다. ㅠ.ㅠ 아내가 다음 날 페이스북에 있는 LG 서비스 센터 계정에 연락해서 대화를 했는데 위에 아저씨처럼 이번 한 번은 무료 수리를 해주겠다고 했단다. 

 

3일 후에 사람이 올거라길래 기다리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 Hello
상대편: 여보세요. LG 서비스 센타인데예. 냉장고 때문에 전화드렸어예.

 

영어로 대화할 줄 알았는데 미스터 선샤인의 함안댁같은 말투의 상담원과 편하게 전화하며 일정을 확인했다. 서비스 당일에도 설마했는데 한국인 아저씨가 오셔서 수리를 해주셨다. 

 

 

컴프레서 교체는 약 2-3시간 걸린다고 하셨다. 어깨 너머로 작업 하시는 것을 봤는데 토치로 연결된 관을 녹여서 떼어내고, 새 컴프레서로 다시 용접 비슷하게 붙여 넣는 등 유튜브에서 본 것과 똑같은 작업들을 하셨다. 컴프레서 압력을 확인 하는 것 같은 작업도 하셨고, 냉매를 넣는 듯한 작업도 하셨다. 그리고 컴프레서가 바뀌어서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 해야한다며 펌웨어 업그레이드까지. 여튼 내가 안 하고 LG의 도움을 받길 잘 한 것 같다.

 

우측 하단에 뚝배기 같이 생긴 것인 컴프레서

 

보통 방문까지 한 2주 정도 걸리는데 3일만에 일정이 잡혔다며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하셨다. 덕분에 냉장고의 파업은 3일 천하로 끝이났다. 우리는 시원한 물을 가지러 차고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었고 얼음도 다시 손쉽게 받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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