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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치통 신경치료 후기 Root Canal Treatment

일상

by 목장주 2020. 9. 4.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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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에 금이 가서 물을 마실 때마다 고통이 심했다. 물의 온도에 상관 없이 물만 닿으면 시리고 아팠다. 치과에 갔더니

 

선생님 주무시면서 이를 갈으시나봐요. 어금니가 많이 닳았고 금이 살짝 갔네요. 크라운 하셔야겠어요.

 

나도 못써본 왕관을 쓰다니 부러운 녀석. 찾아보니 손상이 간 치아를 잘 갈아내고 그 위에 왕관을 떡!

 

https://www.healthdirect.gov.au/dental-crown-procedure

 

어금니를 좀 갈아내고 잠시 쉬는 동안 거울을 봤는데 정말 치아의 절반이 사라졌다. 그리고 크라운을 씌웠더니 감쪽같이 사라졌던 어금니가 다시 생겼다. 크라운을 하고 8개월 정도 지났는데 사실 이가 시린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에게 왼쪽 뺨을 주먹으로 맞은 것 같은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엄청 아플 때는 눈물이 한 방울 날 정도 였다. 한 번 시작하면 한 5-10분 통증이 지속되었다. 하루 중 한 10번 정도 통증이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자기 전에 통증이 시작되면 잠을 청하기 힘들었고, 잠들다가 깬 적도 있다. 

 

 

 

얼존세 하루에 10번

 

 

 

6개월 정기 검진 갈 시기가 지났지만 코로나 때문에 치과가 문을 닫아서 예약을 안 했는데 이참에 얼른 예약을 했더니 무려 5일 후에나 방문을 할 수 있었다. 

 

 

 

얼존세 5일 더

 

치과 방문 하루 전, 이제는 이가 부어서 음식물을 씹으려고 하면 왼쪽 어금니끼리 먼저 닿았다. 왼쪽 어금니가 눌리면 전날까지 있던 통증보다 몇 배는 더 아픈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업그레이든 된 얼존세

 

토요일 11시에 드디어 치과를 방문했다. 일단 치석 제거를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의사샘이 오시더니

 

어디가 아픈지 톡톡 쳐볼게요
(톡톡톡) 1번 치아
(톡톡톡) 2번 치아
(톡톡톡) 3...

 

톡톡톡

 

나: 으아아아아! ㅠ.ㅠ

 

어떤 어금니가 아프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래도 확인차 눌러주시는 센스.

 

선생님 치아 밑에 있는 신경에 염증이 생겼거나 감염이 있는 것 같아요. 신경치료 받아야해서 다른 의사 소개시켜드릴게요. 저도 그 치과가서 신경치료 받았어요

 

환자에게 리뷰를 공유하며 안심시켜주는 센스.

 

하지만 이미 토요일 12시가 넘어서 전화도 안 받고 월요일 아침에 전화 걸어서 예약을 해야한다고.

 

얼존세 2일 + 며칠 더

 

대신 어금니가 부었으니 크라운을 깎아내려서 씹을 때 이를 닿지 않도록 해주셨다. 그리고 항생제와 진통제를 주셨다.

 

COD가 섞인 타이레놀 드릴테니 4-6시간 마다 드세요. 그래도 아프면 그 사이에 Advil 드세요.

 

COD가 뭔지 몰랐지만 일단 약국부터가서 약을 타기로 했다. 혹시 몰라 Advil도.

 

이가 씹을 때 안 닿고 진통제가 효과를 보기 시작하니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다. 

 

약화된 얼존세 2일 + 며칠 더

 

내가 처방받 진통제의 정확한 명칭은 Acetaminophen-COD. 찾아보니 이 약은 비마약성 진통제인 타이레놀성분(Acetaminophen)과 마약성 진통제인 Codeine(COD)가 섞인 제품이었다. 부작용으로는 졸림, 변비 등이 있었다. 하루에 화장실 3번은 가야하는...

 

이런 간단한 부작용 이외에도 코데인을 마약처럼 사용하거나 너무 중독되는 사람들로 피해도 크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통증이 가라앉는가 싶었는데 정확히 4시간이 지나니까 통증이...

 

외로움이 아닌 통증이...

 

다시 약을 먹었는데 약빨이 안 듣는다!

 

참고 기다리다 항생제 먹을 시간이 되어서 먹고 나니 약빨이 들었다. 아프다고 COD 몇 알 더 먹고 통증이 사라졌다면 중독으로 가는 KTX 타는 코스될뻔. 대충 미루어보면 감염이 심해서 타이레놀 300mg이랑 COD 30mg으로는 통증이 안 사라지는게 아니었을까. 항생제로 균을 좀 죽이면 330mg으로 커버가 되는 수준으로 되는거고. 뭐가 되었든 항생제 꾸준히 먹으니 진통제를 거의 안 먹어도 되는 수준으로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프면 그냥 Advil로도 충분했다. 

 

대망의 월요일 아침! 8시 땡 하자마자 전화를 걸었더니 수요일 11시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이틀이나 더 기다려야했지만 통증이 많이 사라졌으니 기다릴만했다. 

 

드디어 신경치료의 날. 새로 방문한 치과는 이름부터 Elite. 자부심 쩌는 이름에 감탄하며 믿어 보기로 했다. 의사만 8명인 이 치과는 일반 치과와 달리 Endodontic과 Periodontic만 담당한다. Endodontic은 신경치료 같은 분야를 다루고 Periodontic(페리오 치약이 생각난다면 빙고!)은 잇몸 질환 같은 분야를 다루는듯 하다. 

 

아프고 이가 부어오른 이유는 신경에 생긴 감염이었다. 감염이 된 후 치료를 안 하면 통증이 심해진다. 통증은 이 뿐만 아니라 턱에도 생긴다. 감연된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이가 부어오른다. 지난 약 10일간의 통증 진행이 이 한 마디로 다 설명이 되었다.

 

새로 알게된 사실은, 일단 치아가 다 자라고 나면 이 신경이 필요 없다는 점. 신경은 그냥 차고 따뜻한 감각만 느끼는 것, 그리고 통증을 느끼는 것 말고는 큰 일은 안 한다고. 그래서 감염된 신경을 긁어내서 감염을 치료하고 다른 걸로 메꿔주면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대신 오른쪽 어금니는 아무 것도 못 느끼겠지. 

 

 

 

 

내가 신경 고자라니...

 

대신 이전에 어금니에 간 금이 더 심해져서 뿌리까지 진행이 되었다면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했다. 어떤 상황인지는 구멍 뚫어서 살펴본 후 알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임플란트로 가던가, 신경치료로 가던가 결정하면 된다. 

 

마취 주사를 맞기 전에 입 안과 잇몸에 마취 젤을 발라줬다. 마취 주사를 맞기 위한 마취라니. 하지만 잇몸에는 마취젤을 덜 발랐는지 마취할 때 눈물 한 방울을 막을 수 없었다. 

 

 

 

울음 뿐만 아니라 조인성 얼굴도 체험할 수 있었으면...

 

마취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구멍 뚫기 준비를 했다. 입을 다물 수 없도록 이 사이에 고무공 같은 걸 놓고, 목구멍 근처에 석션을 놓고, 입에 풍선처럼 잘 늘어나는 재질의 천을 씌워놓았다.

 

마취 때문에 아픔은 느낄 수 없을 겁니다. 혹시 아프면 손 들어주세요

 

구멍 뚫는 동안 아픔은 느낄 수 없었다. 다행히 금이 간 것은 더 커지지 않아서 신경치료만 하면 된다며 신경치료를 시작했다.

 

구멍 뚫고, 감염 제거하고, 신경도 제거하고, 메꾸고, 구멍 막으면 끝!

 

구멍에 바늘같이 가느다란 것을 구멍에 넣고 휘적휘적 하며

 

여기 느낌 나요? 여기는요?

 

아프지는 않았지만 뭔가 들어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다 긁어내니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다행히 신경치료도 다 끝났고, 이제 구멍만 메꿔주면 된다. 아까와는 다른 공지를 했다.

 

마취 때문에 아프지는 않지만, 아프거나 무슨 맛이 나면 알려주세요

 

그리고는 뭔가 도구를 어금니에 대고 또 다른 석션도 옆에 대고 작업을 시작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1분쯤 지났을까 뭔가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락스맛. 손을 들자마자

 

왜요 아파요? 무슨 맛 나요? 수영장 맛?

 

알고 있었어 의사도.. 미리 귀뜸이라도 해주지

 

 

손을 들자마자 헛 구역질 두 번 하고 입 안을 헹궜다. 그리고 다시 하던 일 시작했는데 또 헛 구역질 두 번. 

 

본의 아니게 고문을 했네요 ㅎㅎㅎ

 

치료가 다 마무리 되었고, Advil 800mg짜리와 Dexamethasone 6알을 처방받고 나왔다. Dexamethasone는 스테로이드 성분으로 염증을 가라앉게 해주는떼 도움으 준다고 한다. 입 안의 절반이 마취가 되었고, 신경도 없어서 아픔을 못 느끼는 건지, 애드빌 800mg이 통증을 없애줬는지, 아픔은 느낄 수 없었다. 저녁이 되어 마취가 다 풀리기 전까지 나는 제대로 말을 하는데 내 발음은 혀가 짧은 사람처럼 들렸다. 

 

치료가 끝난 후 하루가 지났고, 의사가 괜찮은지 전화를 걸어줬다. 

 

어제 고문해서 미안해요. 통증이 없으면 진통제는 안 먹어도 되고, 감염은 다 치료했지만, 그래도 원래 처방받은 항생제는 다 드세요. 일주일 후에 약속 잡아 놨는데 안 아프면 안 와도 돼요. 2주 후에 원래 치과가서 크라운 괜찮은지 확인하면 끝나요

 

이로서 10일 동안 고난의 행군을 마치게 되었다. 얼마전 봤던 치과가는 타이밍이라는 짤방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이가 아프면 기다리지말고 바로 치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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