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도 그렇고 지난 집도 그렇고, 꼭 고치고 싶은 곳이 하나 있다면 바로 주방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첫째로 주방이 좁다. 주방이 좁으니 조리 공간도 좁고, 수납 공간도 좁다. 부피가 큰 조리 도구들을 지하실에 넣고 빼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둘째로 주방과 다이닝룸이 벽으로 나뉘어 있다. 두 공간 사이에 벽이 없다면 주방을 좀 더 넓게 쓸 수 있다. 이런 생각을 지난 집에서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번에 이사 와서는 여러 요건들이 충족이 되어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주방 디자인
주방 가구는 IKEA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IKEA는 다른 가구와 달리 주방 가구에 대해서는 구매자를 위해 디자인 프로그램(IKEA Home Planner)을 제공한다. 홈 플래너의 인터페이스가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주방 디자인에 필요한 필수 기능들은 잘 갖추고 있다.
원하는 가구를 배치하고 디자인을 완료하면 아래와 같은 가구 목록 리스트를 뽑을 수 있다. 각 가구마다 1-2장이 되기 때문에 대략 10여장의 목록이 나온다. 이 내용은 IKEA 시스템에 저장되기 때문에 따로 출력할 필요는 없다.
Home Planner에서 주문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매장에 가서 주문을 해야한다. 매장에 가면 직원이 목록을 검토한 후 물건이 있을 경우 주문을 넣어준다. 물론 ikea.com에서 직접 주문할 수 있지만, 일일이 주문 넣기도 힘들고, 배송료도 문제도 있으니 직원과 함께 주문하도록 하자.
주의!
모든 물품이 한 번에 배송되면 좋겠지만, 매장에 없는 품목은 따로 배송되므로 더 늦게 도착한다. 차고의 절반이 찰 정도로 상자가 많기 때문에 목록을 제대로 확인하고 공사를 시작하도록 하자. 주방 다 뜯어놨는데 캐비넷 하나라도 없으면 카운터탑 설치가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화장실에서 설거지 하는 시간은 늘어만 간다. 싱크대는 최대한 나중에 뜯고 다른 부분 철거를 먼저 시작하도록 하자.
철거
아직 물건이 다 도착한 것은 아니기에 싱크만 빼놓고 철거를 시작했다. 일단 철거전 사진을 한 번 보고 가자.
정면 사진. 캐비넷이 많아서 수납공간이 많고, 캐비넷의 상태도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천장에서 내려오는 조명을 캐비넷이 가리고 있어서 주방이 어둡다.
오른쪽에는 다이닝룸과 연결된 통로가 있다. 이 벽을 허물면 두 공간이 탁 트여서 주방을 더 넓게 쓸 수 있다.
왼쪽은 패밀리 룸과 연결된 계단이 있다. 새로운 캐비넷이 들어갈 자리가 모자라기 때문에 계단을 약 20-30cm 정도 옮겨야 한다.
이제 철거를 시작해보자.
캐비넷 제거
캐비넷은 벽에 나사 못으로 고정이 되어있다. 캐비넷이 생각보다 무거우니 나사못을 풀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캐비넷 끼리도 나사못으로 고정되어 있으니 캐비넷이 안 빠진다고 무리하게 잡아 당기지 말고, 나사못을 먼저 찾아보도록 하자.
캐비넷 카운터탑이 쿼츠로 되어있다. 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이기 때문에 얇은 Painter's Knife 같은 것을 이용해서 틈을 벌인 후 떼어내면 된다.
상부장을 다 떼어낸 후의 모습이다. 가장 무겁고 힘든 커다란 쿼츠 카운터 탑이 남았다. 떼어내기도 힘들고, 들어서 옮기기도 힘든 쿼츠. 최소 장정 두명이 필요하며 dolly가 있으면 작업이 훨씬 수월해진다.
백 스플래시는 하나하나 떼어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냥 drywall을 통째로 잘라내버렸다.
떼어낸 캐비넷들은 한 곳에 모아 두었다. 캐비넷 상태가 양호해서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차고에 달아놓고 수납공간으로 스기에는 너무 많았다. 다행히 아내가 캐비넷 재활용하는 업체를 찾아서 거기에 다 주기로 했다. 쿼츠 카운터탑 처리도 고민이었는데 카운터탑도 같이 수거해줬다.
전자렌지는 대충 캐비넷 위에 올려놓고 당분간 사용하기로 했다. 거실에 두었던 캐비넷들이 다 정리된 후에는 전자렌지를 거실로 옮겨서 그나마 동선이 짧아졌다.
벽
벽은 다행히 가벽이라 그냥 뜯어내고 천장 마무리만 잘 해주면 된다. 벽을 뜯고 나면 Nest, 전등 스위치, 전원 아웃렛의 위치를 바꿔줘야 한다.
일단 벽에 가로로 흠집을 내준다.
그리구 부~욱 뜯으면 먼지가 많이 난다 -_- 먼지를 적게 내고 싶다면 드라이월을 고정시킨 나사못을 떼어내자. 나사못이 없어지면 드라이월을 부수지 않고 손쉽게 떼어낼 수 있고, 부서지지 않으니 가루도 적게 나온다.
드라이월을 제거했으니 다이닝룸에 먼지 유일을 조금이라도 차단하기 위해 비닐을 쳐준다. 그래도 먼지는 슬금슬금 세어나오지만 그래도 해주자.
대충 잘라서 2x4를 제거한다.
천장에 붙은 나머지 2x4를 제거하고, 위에서 내려온 전등 스위치는 왼쪽으로 일단 옮겨준다.
드디어 벽이 사라졌다!
아직 밑에서 나오는 전기와 냉장고에 들어가던 수도관은 남아있지만 차차 옮기면 된다.
바닥
이전 주방은 타일로 되어있었다. 타일을 없애고 나무를 깔기로 했다. 타일 그까이꺼 Painter's Knife로 툭툭 쳐서 없애면 된다. 하지만 손으로 한땀 한땀 없애자니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미국 애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있다. Air Chisel이라 불리는 컴프레서에 달아서 사용하는 정이다. Air Impact Hammer에 Air Chisel을 달아서 컴프레서에 연결하면 내가 망치로 정을 치는 대신 Air Impact Hammer가 Air Chisel을 쳐준다. 정말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주방 바닥 타일을 다 제거할 수 있었다.
타일을 제거하니 Cement Board라는 놈이 나왔다. 그냥 나사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하나 하나 풀어서 제거해주자.
Cement Board를 제거하니 얇은 시멘트가 또 나왔다. -_- 주방 바닥이 평평하지 않았는데 수평을 맞추기 위해 얇은 시멘트를 깔아놓은 것 같았다.
이 시멘트는 다행히 Painter's Knife로 툭툭 치니 쉽게 부서지며 떼어낼 수 있었다.
시멘트를 없애니 얇은 합판이 나왔다. 합판이 없으면 나무 조각을 바로 설치할 수 있지만, 합판이 있으면 높이가 맞지 않았다. 합판도 제거해주자 -_-
스테이플로 박힌거라 Painter's Knife로 틈을 벌인 후 Pry Bar(일명 빠루)로 들어 올리면 잘 빠진다.
폐자재
드디어 모든 캐비넷, 바닥, 벽 제거가 끝이났다. 가장 부피가 큰 캐비넷을 기부를 했지만, 타일, 합판, 2x4, 드라이월 등 각종 폐자재가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왔다. 쓰레기 수거 전문 업체를 통해 커다란 쓰레기통을 받아서 버릴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비쌌다. 다행히 동네 쓰레기 야적장에 차로 싣고 가면 무게를 달아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기에 아내가 가서 버리고 오기로 했다.
차들이 줄지어서 쓰레기 버리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들어갈 때 무게와 나올 때 무게 차이를 잰 후 쓰레기 비용을 받는다.
위험하니 조끼를 입어야 한다며...
기본 요금 $20에 1톤 당 $80. 요금을 계산해보니 아내가 그날 미니 밴에 싣고 간 쓰레기 양이 약 $400kg 정도였다.
매주 주말 + 2일 휴가, 평일 저녁에 1-4시간씩 공사를 해서 철거하는데 2주가 걸렸다. 다음 작업은 다음은 전기, 수도, 가스, 바닥 공사를 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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