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시카고 외곽에서 원불교 시카고 교당 주최로 민속놀이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20년째 되는 유서 깊은(?) 행사입니다. 어쩌다 보니 행사 시설 담당을 맡아서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시설 담당이라고 해봐야 매년 잘 쓰던 물품들 수선/교체, 장비 설치/해체가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보통은 시카고 총영사, 시카고 한인회장 등을 초대하여 축사를 부탁하지만, 올해는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애국가, 미국 국가 제창도 생략했습니다. 날이 더울 경우 한 30분간 축사와 노래 부르느라 뙤약볕에 사람들이 서있어야 하는데 없으니 좋습니다.
행사도 페이스 페인팅, 다도 체험, 한복 체험, 갖가지 전통놀이 체험이 있었지만 과감하게 놀이 3개로 줄였습니다. 다양한 놀이를 체험할 수 있게 하면 좋지만, 행사를 진행할 사람들이 너무 많이 필요해서 줄였습니다. 행사 이름은 민속놀이 큰 잔치인데 놀이는 3가지 밖에 없어서 좀 멋쩍긴 합니다. =)
경품도 있었는데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대신 놀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분들께 드리는 상품은 그대로 뒀습니다. 상품은 지역 한인 업체 관계자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일단 밥부터 먹고 시작합니다. 어른들은 비빔밥, 아이들은 핫도그. 민속놀이 큰 잔치라며 핫도그가 웬말이냐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채소 안 좋아하는 애들이 많아서 핫도그 준비했어요.
일단 흥겹게 사물놀이 공연으로 막을 엽니다.
꾸준히 참여하는 White Tiger Martial Arts Center 태권도 시범단의 태권도 시범이 이어졌습니다.
공연을 다 봤으니 이제 놀이마당 시작입니다. 첫 놀이는 제기차기. 지난 밤 15개 정도를 더 만들어서 30명 정도가 한 번에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제기 찰 때 혓바닥이 나오고 양손이 올라가는 것은 전 인류 공통 현상인 것 같습니다.
전통 놀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고무신 던지기를 새로 추가했습니다. 고무신 던져서 소쿠리에 넣는 건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마지막은 줄다리기. 어린이들끼리 한 번, 어른들끼리 한 번.
시상식을 끝으로 300여명이 참여한 행사가 사고 없이 잘 끝났습니다. 지역 신문에도 기사가 났네요. 바지 한 쪽 걷고 뒷모습 찍힌게 접니다. 제기 차려고 바지를 걷었는데 고작 7개 밖에 못찼네요.
2013년부터 행사 준비를 했는데, 매번 우리가 왜 이 행사를 진행해야 하냐며 그만 하자고 했습니다. 20년 전에 행사 준비하던 분들은 이제 50-60대가 되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종교 단체에 들어오는 것은 가뭄에 콩나듯 합니다. 행사를 진행할 사람도 적고, 행사를 통해 원불교에 입교하는 사람도 없는데 왜 꼭 해야하냐며 20주년 기념으로 행사 크게 한 번 하고 접자고 진심 섞인 농담도 던졌습니다.
하지만 행사를 치루면서 한국인과 소수지만 미국인들도 와서 밥 맛있게 먹고 재미나게 놀다가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하길 잘 했어'라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물론 내년에 행사 준비할 때는 또 '우리 이제 그만해요'라고 하겠지만 말이죠. 전생에 시지프스 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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