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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유치장 갔던 썰..

일상

by 목장주 2018. 2. 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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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초. 운전하고 가다 경찰에게 잡혀서 미국 경찰서 유치장에서 반나절 지내고 왔습니다. 예전 한국에서 일할 때 같이 일하던 차장님과 대리님이 유치장 갔던 이야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분들은 한국 경찰서 유치장에 갔었고 저는 미국 경찰서 유치장에 갔었지만,  그 분들의 경험담과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정말 유치장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어서와 미국 유치장은 처음이지?




2008년 1월 경, 출근하는 아내를 데려다 주기 위해 추리닝, 흰 반팔, 얇은 가디건을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한적한 길에 안개도 조금 끼었습니다. 경찰차가 제 뒤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서라고 합니다. 과속이나 신호 위반이 아닌데 왜 잡는지 의아했지만, 일단 차를 길가에 댔습니다.    


차에 가만히 앉아서 운전면허증, 차량 등록증, 보험증을 준비하고 경찰을 기다립니다. 경찰은 보통 밖으로 나오기 전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등 이것저것 서류 작업을 한 후에 다가 옵니다. 한 참 후에 오더니 날씨가 안 좋은데 전조등이 하나 밖에 안 키고 운전해서 저를 세웠답니다. 마주보고 오다가 유턴까지 해서 저를 잡은 겁니다. 꼼꼼한 ㅅㄲ.


면허증을 주고 기다리면 경찰차로 돌아가서 보통 범칙금 고지서 하나 떼어 다시 돌아옵니다. 다시 오길래 서류 받고 갈 준비를 하는데 저보고 내리라고 합니다. 내리라니..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보통 경찰에게 잡혔을 때 절대로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경찰이 저보고 내리라고 합니다.


경찰관: 뒤로 돌아서 손을 뒤로 내밀어 주세요.


그리고는 수갑을 채웁니다. 철컹 철컹 


수갑 철컹 철컹



순순히 잡혀서 그런지 윽박지르거나 때리지는 않더군요. 



저: 저 왜 잡히나요?


경찰: 체포 영장이 떨어졌고, 운전 면허는 정지 상태다 요놈!



면허 정지라니. 면허증 유효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고, 운전 면허가 정지되었다고 편지를 받은 적도 없는데 억울했습니다. 게다가 체포 영장이라뇨. 



저: 그럼 제 차는 요?


경찰: 견인해 갈테니 나중에 찾아가세요.



그리곤 저를 경찰차 뒤에 태우고 근처 경찰서로 갔습니다. 


일단 소지품을 다 내놓으랍니다. 전화기와 지갑을 가져갔습니다. 입고 있던 가디건도 가져가더군요. 반팔에 얇은 추리닝만 입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종이를 하나 내밀더니 서명을 하라더군요.



저: 이거 뭔가요?


경찰: 면허 정지 중에 운전하다 걸리면 더 큰 죄임. 내가 봐주께 무면허로.



면허 정지 중 운전이나 무면허나.. 그래서 저의 죄목은 무면허 운전이 되었습니다. 


서명이 끝나고 나니 방에 저를 집어 넣더군요. 부를 때까지 기다리라면서. 흔히 드라마에서 보는 한국 경찰서 유치장처럼 철창이 있는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문 열고 들어가는 방이었습니다. 벽에 스댕 벤치가 있어서 앉아 있을 수 있고, 스댕 변기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방 안에 냄새는 안 나더군요. 전화기가 안에 있었으나 작동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아틀란타에 있는 유치장 사진입니다.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합니다. 


조지아 주 유치장

사진은 How Do the Prisons of Colombia, France, Uganda and the United States Compare? 에서




이 글을 쓰며, prison, jail 차이가 뭔가 궁금했는데요. 찾아보니 jail은 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두는 유치장, 구치소로 생각하시면 되고요. 형을 살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 prison, 즉 감옥 되겠습니다. 


아침 10시 경이었는데 이미 저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방에는 한 10여명 정도가 호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언제 불릴까 기다리는데 정말 시간은 느리게 가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혹시 해코지는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어 잠도 안오기는 커녕 나중엔 잠도 잤습니다. 


예전 차장님이 대리님과 같이 밤에 유치장에 있었을 때 유치장이 처음인 차장님이 걱정되어 물었답니다.



차장님: 아무개야, 이제 우리 어떻게 되는거야?


대리님: 형 더 자.. 우리 부르려면 멀었어. 



미국 경찰서도 비슷하겠지 하며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너무 지루해서 그런지 잠이 잘 오더라고요. 


그러다 잠이 깨었을 때 또 다른 유치장 경험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 유학 올 때 한국으로 돌아간 선배의 이야기였습니다. 밤에 여자 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다고 음주 운전하고 보러 가다가 잡혔답니다. 그 선배는 유치장에서 하루 정도 있다가 친구에게 연락이 되어 과 사람들이 십시 일반 돈을 모아 보석금을 만들어서 풀어줬다는...


음주 운전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뭔가 보석금을 만들어야 할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하기도 합니다. 


서너 시간 쯤 지나서 드디어 제 이름이 불렸습니다. 지문을 10개 다 찍고, 머그 샷(mug shot)이라 불리는 사진도 찍었습니다. 10개 지문 날인 한 것은 나중에 두고두고 제가 미국 입국할 때 발목을 잡습니다. 


서류 작업이 끝나고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합니다. 아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려했으나 타주 전화번호라며 안된다고 하는군요. 학교 선배에게 전화해서 아내에게 연락 좀 해달라고 했습니다. 정말 아는 사람 하나 없으면 재판 받는 날까지 유치장에서 기다려야할 판이었습니다.


연락을 마치고 나니 다시 그 방에 넣고 기다리랍니다. 기다리다 지쳐 잠들고 깨고를 반복. 한 두어 시간 지나니 불러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킵니다. 베개와 이불을 받고 이동한 곳은 2층 침대가 있는 방이었습니다. 이미 누가 안에 있는데 저보고 들어가랍니다. 정말 그 순간이 제일 떨렸습니다. 이상한 놈이 안에 있으면 어쩌지... 비누를 떨어뜨리면 안되는데 등등


비누 줍기

여러분 비누가 이렇게 위험한 물건입니다.



다행히 빵동기(?)는 착한 사람이더군요. 술마시고 깨보니 유치장에 와 있었다고. 나름 저한테 이것저것 알려주고 도와줬습니다. 


그렇게 그 친구랑 야이기 하는데 저녁 시간이 되었는지 배식을 합니다. 아침 먹은 이후로 밥을 못 먹어서 배고팠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설렁탕 시켜 먹던데 미국은 뭘 주나 궁금하기도 하고. 정말 배고파서 막 먹으려고 준비가 되었지 말입니다.


저녁으로 나온 메뉴는 샌드위치,  감자튀김, 물 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 식었고요. 맛은 정말 없었습니다. 신과 함께를 보면 하정우가 상가집에서 육개장 먹다말고 한 마디 합니다.


이건 나도 못 먹겠다


아직 유치장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가 절실함이 없었습니다. 맛이 없어서 그냥 남겼습니다. 침대에 이불 쓰고 누워서 뒹굴뒹굴 하며 언제 나갈까 걱정하는 찰라에 교도관이 저를 부릅니다. 밖에 가족이 왔다고 나오랍니다.


아내가 보석금 회사 (Bail Bond Company)에 연락해서 저를 빼주러 왔습니다. 저에게 책정된 보석금을 제가 다 내면 유치장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대신 재판 일자에 법원에 출석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돈이 없을 경우 보석금 회사가 저 대신 보석금을 내줍니다. 그리고 저는 보석금 회사에 일정 수수료를 내면 됩니다. 제가 연락했던 선배와 아내는 보석금 회사 직원과 서류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류 작업이 끝나자 드디어 유치장 밖을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밤 9시 정도에 유치장에서 나온 후 아내는 근처 한인 식당으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아내: 저기 혹시 생 두부 좀 구할 수 있을까요?


점원: 저희는 생두부는 없는데요.


아내: 제 남편이 지금 유치장에 나갔다가 와서 두부를 먹이고 싶은데요.. 어떻게 안 될까요?


점원: 어머 불쌍해라. 우리 집에 생두부는 없고 순두부는 있는데 그거라도 드릴까요?



두부 먹어, 두 번 먹어



거의 12시간 만에 유치장에서 나와 순두부를 먹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싸구려 침대 매트리스지만 그래도 내 방에서 발뻗고 따뜻하게 편히 잘 수 있는 게 정말 행복하더군요.


나중에 변호사와 일을 처리하며 생각해보니 이 모든 일의 사단은 2가지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이사한 후 운전면허증 갱신을 안해서 법원에서 발부한 소환장을 못 받은 것이 가장 크고요. 소환장 발부 이유는 교통법규 위반 후 범칙금 납부를 했는데 뭔가 제대로 처리가 안 된것 같습니다. 


이 번 일을 겪은 후 면허증 갱신은 꼬박꼬박 합니다. 미국에서 이사를 한 10번은 한 것 같은데 그 때마다 귀찮아도 꼬박꼬박 면허증 갱신합니다. 정말 중요해요. 혹시 몰라 이사하면 우체국에 주소 변경 서비스도 신청하고요. 


3줄 요약

1. 운전면허증 주소가 옛날 주소라 법원 소환장 못 받음 

2. 법원 출두 안 해서 면허 정지됨

3. 모르고 운전하다 잡혀서 유치장 체험 반나절 하고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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