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하셨던 분이 더플랜 시사회 링크도 공유해주셨는데 그 것은 못 보고 이제서야 파파이스를 통해서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생각은 "K값이 그런 이유는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적재 방지!"입니다.
투표지분류기 미분류율
영화에 따르면 투표지분류기가 유효 투표지를 미분류로 인식하는 오류율은 3.6%가량 됩니다. 즉, 100장중 3-4장은 어느 곳에 도장을 찍었는지 인식할 수 없으니 수개표를 하도록 모아두는 것입니다. 이런 미분류 중 실제 무효표는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은 수개표를 통해 다시 해당 후보자에게 할당이 됩니다. 더 플랜은 이 부분에서 왜 1번 후보에게 도장 찍힌 투표용지가 2번 후보에게 도장 찍힌 투표용지보다 더 많은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지만, 해킹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제로 해킹을 해보입니다.
영화가 말한대로 1번 후보의 투표용지가 더 많이 미분류로 처리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투표지분류기는 2002년부터 모든 선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2013년 "중앙선관위, 낡은 투표지분류기 교체한다" 기사에 따르면 2002년 당시 납품업체는 관우정보기술이고 10년만인 2013년 (주)미루시스템즈가 투표지분류기를 교체한다고 한다고 합니다. 2002년 16대 대선에 처음 납품하고 17대와 18대 대선을 거치는 동안 계속 사용되었다면 기계의 노화로 인해 오작동율이 더 커졌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주기적으로 유지보수를 했을 것이지만, 기계를 교체하지 않는 이상 노후화는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기사에 따르면 선관위는 교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내구연한(10년) 도래에 따른 성능저하, 부품마모 등 장애빈도 높음, 유효투표지의 높은 미분류율, 투표지 걸림 등 장애시 처리과정 복잡, 투표지 오적재 개연성 원천 예방·차단 등 객관적 신뢰성 확보 필요"
기계의 노후화에 따른 오작동 이외에도, 원래 기계가 가진 결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투표지 분류기가 특정 위치에 있는 도장을 더 인식을 못하고 그 비율로 인해 1.5라는 숫자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개발사가 납품하기 전에 어떻게 투표용지분류기를 테스트했는지 모르겠으나, 후보자가 몇 명이든 상관없이, 어느 위치에 도장이 찍혀있는지 상관없이, 인식률이 일정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특정 위치의 도장에 대해 인식률이 더 낮을 수도 있습니다.
더 플랜에서 구한 투표지분류기가 2012년에 사용된 것과 같은 구조의 제품이라고만 되어있고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실험을 하기 전에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미분류율은 얼마인지, 얼마나 많은 투표지의 오적재(영화에서 이야기하는 혼표)가 있는지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한, 그 업체를 통해 제품을 구했다면, 업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분류율, 오적재율, 해킹 가능성에 대해 업체측의 입장도 들을 수 있었으면 어땠을 까 합니다.
영화에서는 같은 선거구를 비교에서 K값이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5년 후, 10년 후의 선거 결과에 대해 같은 투표지분류기를 쓴 것도 아니고, 투표용지가 같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1:1로 비교하는 것은 좀 납득이 안 갑니다. 이부분은 1:1 비교가 가능한지 통계에 능통한 분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영화가 시사하는 바
앞서 이야기한 K값에 대한 이야기는 통계 문외한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것의 옳고 틀리고를 떠나, 이 영화가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된 큰 이유는 개표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나간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방식처럼 투표가 저녁에 끝나고 밤새 개표를 하여 새벽에 결과를 보여주려면 투표지분류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합니다. 선관위도 지적한 투표지분류기 오적재와 더플랜이 지적한 해킹을 통한 인위적으로 오적재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려면 수개표를 통해 먼저 분류를 하는 방식이 제일 안전해보입니다.
하루 빨리 수개표 법안이 통과되거나 오적재를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도입되기를 바랍니다.
다음은 사족.
왜 우리나라는 컴퓨터공학과만 좋아하나
인터뷰에 나온 스탠포드대학교 교수와 아이오와대학교 교수는 둘다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과 교수들입니다. 하지만 자막에는 모두(!) 컴퓨터공학과라고 적혀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비전공자에게는 컴퓨터과학과, 컴퓨터공학과 둘 다 뭉뚱그려 컴퓨터공학과라고 인식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번역한 사람도 우리나라에는 컴퓨터과학과가 없다고 생각했거나,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공학과라고 통칭한다고 생각해서 자막을 그렇게 썼을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스탠포드 대학교에는 컴퓨터공학과(Computer Engineering)이 없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교수들에게 컴퓨터과학과 교수라고 자막을 써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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