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느 종교가 좋다, 우리 종교에 오세요 이런 글은 아닙니다. 그냥 한국과 미국에서의 종교 생활에 대한 저의 단상입니다.
저의 외가 식구들은 모두 원불교에 다닙니다.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래서 저는 흔히 말하는 모태 신앙입니다. 어머니를 따라 어려서부터 원불교 교당(기독교의 교회, 천주교의 성당, 불교의 절과 같은 곳)에 나갔습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일요일에 집에 남아서 만화나 다른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싶었지만 어머니를 따라 교당에 가야했기 때문에 교당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커서는 제는 남들과 좀 다른 종교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독교, 천주교, 불교 보통 이 세가지 종교 중의 하나인데 저만 원불교였습니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원불교 다니는 사람은 저랑 제 동생 밖에 없었습니다. 원불교를 간다고 하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 "그럼 뭘 믿어?", "불교랑 뭐가 달라?" 등등 이었습니다. 어린 아이가 제대로 알리가 없으니 답변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이 질문들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성도 특이한데 종교도 특이해서 다수에 속하지 않는 것이 좀 싫었습니다. 만화를 못 봐서가 아니라 남들이 모르는 뭔가를 한다는게 좀 싫었습니다. 결국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교당가기 싫다고 어머니와 크게 싸우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에는 공부 핑계로 안 갔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 유학갈 때 어머니가 종이 쪽지 하나를 주셨습니다. 아틀란타에 교당이 있으니 나가보라고 손수 알아봐주신 아틀란타 교당 연락처였습니다. 하지만 종교 생활에 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안 가다가 석사 마칠 때 딱 2번 나갔습니다. 그리고 계속 무교인의 삶을 살았습니다.
박사 졸업할 때 졸업식에 참석차 오신 어머니는 어떻게든 아들을 교당에 다시 보내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시카고 교당에 갈테니 데려다 달라고 하셨고, 아내도 마침 종교 생활을 하고 싶어했기에 이참에 같이 교당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민이나 유학을 통해 미국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종교 생활을 합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원래 종교가 있던 사람들이겠지만, 한국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삶의 도움을 얻기 위해 종교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규모가 큰 교회나 성당에 가면 한국어 학교도 있고 각종 특별 활동 수업도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한국 말에 많이 노출이 되지 않으면 한국어를 배우기도 어렵고, 배운 한국말도 금방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계속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에 노출되기에는 종교 생활만한 것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종교는 이처럼 신앙 뿐만 아니라 아이들 교육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큰 교회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연령별 한국어 반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원불교는 연령별 수업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렸을 때 느꼈던 소수 종교의 비애는 커서도, 미국에 와서도 변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한국어 학교는 교당이 아니라 이전에 살던 곳 근처의 교회에서 하는 곳으로 첫째 아이를 보냈습니다. 그 교회는 독특한 제도가 있었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자녀를 한국어 학교에 보내면 장학금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한국어도 배우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게 해주셔서. 뿐만 아니라 한국어 학교의 같은 반 아이들끼리 놀게 해주려고 만난 가족들과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고, 같이 세월호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모임을 하며 진보적인 목사님 전도사님들을 만났고 그 분들이 새로 만드는 교회의 첫 예배에 축하하러 참석도 했습니다. 수녀가 되려고 준비 중인 분을 세월호 모임에서 만나 그 분 초청으로 원불교 교무님들과 함께 추수감사절 예배에도 참석했습니다. 아내가 재미난 주제로 설교가 예고되었다며 다른 사람들의 교회 준비 모임에도 같이 가자고 해서 그 모임에도 몇 번 간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교당에서 부처님 오신날 기념 법회가 있었는데 그 교회 모임에서 만난 분들이 교당을 방문해서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해 주셨습니다. 심지어 몇 분은 2년 째 오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희들 끼리는 모여서 "종교 품앗이"하는 것 같다며 웃곤 합니다.
원래부터 무교였거나, 3대 종교 중의 하나의 종교를 택해 종교 생활을 했거나, 미국에 오지 않았다면 별로 특이한 종교 경험이 아니어서 이런 글을 한 번 써봐야지 하는 생각도 못 했을 것 같습니다. 그냥 부처님 오신날 친한 사람들이랑 교당에 모여 음식 나눠먹고 담소를 나눌 수 있어서 한 번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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