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친하게 지내는 형님 댁에서 하룻밤을 자고 오곤 합니다. 그러면 주말 동안 아이들끼리 놀게할 수도 있고, 일요일에 근처에 있는 교당에 가기도 편하고, 일요일 오후에 교회 준비 모임에 놀러가서 곧 목사 안수가 예정된 전도사님의 재미난 성경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월요일에 있는 아내의 출산전 산부인과 정기 검진에 가기도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는 부처님오신날 기념식겸 법회가 토요일에 예정되어 있어서 일요일에 있는 법회가 없어졌습니다. 교당도 안 가는데 굳이 그 집에서 하루 자고 올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교당 가는 김에 오후에 교회 준비 모임에도 가는 거였는데 교당을 안 가니 따로 1시간 걸려서 가기도 뭐합니다. 아내는 이런 이유들로 인해 그냥 토요일에 법회 보고 집으로 돌아와 월요일에 병원만 가는게 편하다며 집에 있자고 합니다. 저도 그러자고 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후 형수님이 다급함이 묻어나는 메세지를 보내오셨습니다. 토요일에 깜짝 베이비 샤워를 하려고 준비중인데 아내가 토요일에 집으로 안 온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교회 준비 모임에서도 베이비 샤워를 준비 중이었는데 그 모임도 안 온다고 했다고 합니다. 두 모임에서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주인공 몰래 준비하고 있었는데 주인공이 안 온다고 하니 저에게 연락을 하신 겁니다. 게다가 이 비상 사태를 이야기하다가 메세지를 아내에게 잘못 보내기까지 하셨습니다.
형수님: 이 일을 어쪄죠? 지금이라도 깜짝 파티가 가능할까요? 어떻게 수습이 안 될까요?
저: 이미 물을 엎지르시곤 ㅠ.ㅠ
열심히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지난 주 교회 준비 모임에 방문했다가 겉 옷을 놓고 왔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춥게 지냈습니다. 이 옷을 가지러 올라가자고 아내를 꼬셔봤습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올라가지 말자는 아내의 의견에 동조해 놓고 갑자기 올라가자는 제가 이상하긴 했을 겁니다. 다음 주에는 시카고 세사모에서 야유회가 있는데 교당에서 줄다리기용 밧줄과 제기를 빌리기로 했습니다. 이 것들을 빌려다가 형수님 댁에 가져다 놓자고 양념을 쳤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밧줄은 부피도 안 큰데 우리가 가지고 있어도 되고, 추우면 다른 플리스 입으랍니다. 참 엎지른 물 수습은 어렵습니다.
수습이 어려워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교회 준비 모임있는 분들이 교당에서 하는 부처님 오신날 행사에 참여하신다고 합니다. 많은 교회 분들이 오시니 아내가 교회 준비 모임에 가자고합니다. 그래서 베이비 샤워는 이틀에 걸쳐 두 모임에서 하기로 한 것을 한 곳에서 같이 하기로 변경되었습니다.
토요일에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는데, 평소에 교회를 안 가는 분이 아내에게 내일 교회 모임에서 보자며 인사하고 해어졌습니다. 아 수습이 조금 되려는 찰라였는데 다른 분이 물을 엎지르십니다.
우여곡절 끝에 일요일 저녁에 모여 교회 모임이 끝나고 베이비 샤워를 했습니다. 여러 가족이 모이다 보니 아이들도 많이 있었는데, 아이들을 위한 간단한 게임도 했습니다. 빙고, 아내 배 둘레 길이를 리본으로 잘라서 맞춰보기 등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아했습니다. 대망의 선물 개봉식은 큰 딸이 열심히 포장 뜯어저 수면 아내가 카드 읽어보고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당분간 막내 기저귀 걱정은 안 해도 될 만큼 많이 주셨습니다. 예쁜 신발, 옷, 각종 아이 용품 등도 선물해 주셨습니다.
시카고에 처음 와서 정말 아는 사람이라곤 회사 동료들 밖에 없었습니다. 5년이 된 지금은 교회 한국어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교당에서 만난 친구들, 집회 나가서 만난 친구들,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들, 친구의 친구들, 정말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는 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받을 일인데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아내가 저와 아이들만의 축하를 받고 출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순산을 기원받으며 낳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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