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줄은, 그것도 합동 결혼식을 올릴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2009년 당시 저는 박사과정 학생으로, 아내는 직장인으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2008년에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처남을 먼저 장가 보내기로 결정하고 우리 결혼을 미뤘습니다. 대신 아틀란타에서 혼인신고를 먼저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그냥 가서 혼인신고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Marriage License를 발급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결혼 하기 전에 자격증이라니, 충격이었습니다. 18세 이상이고 부부가 될 사람 둘이 가서 신청하면 바로 나옵니다. 신청 금액은 혼전 카운셀링(Premarital Counseling)을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40 차이가 납니다.
당시 살던 곳에서 가까운 법원에 가서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는데 직원이 엄청난 정보를 알려줍니다.
오늘 무료 합동 결혼식이 있는데 참가하고 싶으면 조금 이따가 xxx 법정으로 오세요.
결혼식을 미루고 혼인 신고를 먼저해서, $40이나 추가로 더 내서 아쉬웠는데 무료 결혼식을 올려준다니 기뻤습니다. 법정에 가보니 이미 한 30쌍의 부부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옆에는 가족, 친지,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같이 앉아있습니다.
인종도 나이도 정말 다양했습니다. 경찰관이 앞에 나와서 예식에 대해 설명합니다. 정해진 순서대로 판사님 앞에 나와 식을 진행해야 하니 앞에나와서 먼저 이름을 쓰랍니다. 판사님은 이름만 부르고 신랑 신부로 맞아 평생을 함께 할 것인지 묻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면 됩니다.
30여쌍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부는 신부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온 쌍이었습니다. 다들 평상복 차림으로 참석한 것을 보니 저희처럼 당일에 알았거나 예복에 대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았는데 그 부부만 예쁘게 차려입고 오니 눈에 바로 띄었습니다. 게다가 신발은 구두도 아닌 장화입니다.
여기서 우리 부부만 사진을 찍으면 그냥 법원에 소송하러 왔다가 인증샷 찍은 줄 알 것 같아서, 나중에 식을 올리고 위의 부부와 같이 사진을 찍어서 결혼식에 참석한 것임을 분명히 해뒀습니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우리가 결혼하러 온게 아니라 위의 부부 하객으로 온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겠군요.
한 쌍씩 판사님 앞에서 대답을 하고 돌아오니 판사님이 결혼을 공표한다며 한 마디 합니다.
You may kiss the bride
30쌍이 동시에 키스를 하고 짧은 예식은 끝났습니다. 예식을 마치고 약 3주 후 결혼 증명서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4월 10일 어제는 결혼 8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8년 전 결혼하고 친구 커플이랑 퐁듀 먹으러 갔었는데 오늘은 랍스터 잔치입니다. 1파운드에 $11.99입니다. 푸짐한 해산물과 함께 8년 전 오늘을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10주년 때는 아틀란타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인증샷 찍으러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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