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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나의 이직 성공기 - 연봉 협상

by 목장주 2018.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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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협상 단계

리쿠르터들은 처음 전화 통화에서 거의 대부분 희망 연봉을 물어봤습니다. 현재 받고 있는 연봉이 얼마인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주마다 법이 다른데 현재 연봉을 물어보는 것이 불법인 곳도 있습니다. 리쿠르터 한 명은 연봉 이야기 하기 전에 관련 법을 찾아보더군요.


잠시만요, 일리노이 법 좀 보고요. 아 ㅅㅂ.. 연봉을 물어볼 수 없네


일리노이 주법에 따르면 물어볼 수 없다며 그냥 희망 연봉 질문으로 바로 넘어갔습니다. 이때 얻은 희망 연봉 정보, 인터뷰 결과 등을 종합하여 오퍼가 보통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여태 받아본 오퍼들 중에 처음부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오퍼를 보내준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제가 뛰어난 인재였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ㅠ.ㅠ 


저처럼 실력이 후져서 오퍼가 낮게 오면 당황하지 말고 협상을 하면 됩니다. 연봉 올려달라고 물어보는 것은 돈 들지 않습니다. 물어보세요. 한 번 물어본다고 오퍼 거절하지 않습니다. 두 세번 계속 요구하면 모를까. =) 


오퍼 내용

오퍼에는 보통 직위, 시작일, 연봉, 보너스, 사이닝 보너스, 이주비, 복지(휴가, 주식, 보험, 연금 등등) 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오퍼는 보통 1-2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세한 복지에 대한 것은 별도의 문서로 보내주기도 합니다. 


직위

보통 구인 공고에 나왔던 직위와 같습니다. 공고에 Senior/Lead Software Engineer라고 적힌 경우가 있었습니다. 리쿠르터에게 정확한 타이틀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인터뷰 후에 충분한 경험이 있다고 생각되면 Lead 포지션으로 오퍼가 나간다 했습니다. 보통 직위마다 정해진 연봉 범위가 있습니다. 높은 연봉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직위를 받아야 합니다. 


연봉

세전 연봉입니다. 제가 다닌 회사들은 모두 한 달에 두 번(Semi Monthly) 급여를 지급하는 형태였습니다. 오퍼에 한 번 페이를 받으면 얼마고 연봉으로 환산하면 얼마라고 두 가지 모두 적혀있었습니다. 


보너스

연말에 나오는 보너스 입니다. 보통 연봉 대비 백분율로 표시되어있었습니다. Target Bonus라는 표현을 씁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다닌 회사는 12-20% 였습니다. 보너스가 20%라고 해서 매년 연봉의 20%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 실적, 개인 실적, 보너스 백분율을 반영하는 간단한 식을 만들어서 사용합니다. 회사 실적이 안 좋으면 백분율은 무용지물이 되고 그 해 보너스는 $0이 됩니다.


연봉의 80%를 보너스로 보장해주는 뉴욕의 증권 회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보너스 시스템이 한국 회사 정기 상여금 수준이더군요.  


사이닝 보너스

대학원 다닐 때 회사에 취직한 선배가 사이닝 보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프로 운동선수들만 받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물론 모든 회사가 다 주는 것은 아닙니다. 


Arris에서 받은 RSU(Restricted Stock Unit)가 약 $20,000 정도 있었습니다. RSU이다 보니 당장 현금화는 불가능하고 매년 일부만 현금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직을 하게 되면 이 주식들은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아직 처분 못한 RSU는 사이닝 보너스의 좋은 핑계 거리가 됩니다. 


사이닝 보너스를 RSU로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부에 있는 기업들이 많이 하는 방법인듯 합니다. 거의 연봉에 맞먹는 금액에 해당하는 주식을 줍니다. 보통 입사 후 1년이 지나야 처분이 가능합니다. 그것도 한 번에 모두 처분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매년 1/4씩 처분이 가능합니다. 이 비율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유급 휴가(Paid Time Off, PTO)

유급 휴가는 보통 10-30일 사이인 것 같습니다. 무제한 휴가를 제공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무제한 휴가의 경우 이론상으로는 매니저의 허락만 있으면 얼마든지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다른 회사들처럼 10-30일 유급 휴가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퇴사할 때 쓰지 않은 유급 휴가는 돈으로 돌려줍니다. 무제한 유급 휴가일 경우에는 이게 불가능하다는데, 무제한 유급 휴가 회사에서 퇴사를 안 해봐서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연금(401k)

본인이 납입하는 연금액의 일부 또는 전액을 연봉대비 얼마까지 지원해주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직한 회사는 이 제도가 없습니다. 보통 3-6%까지 매칭해주는게 평균인듯 합니다. 


시작일

대부분 새 회사에서는 오퍼 사인 후 인수 인계를 위해 2주 정도 시간을 줍니다. 시작일을 늦춰도 되지만, 퇴사 후 공백기 동안 급여, 보험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바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오퍼 만료일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1주 안에 오퍼를 수락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퍼는 효력이 사라집니다. 다른 회사랑 면접을 보는 중이라면 사정을 이야기하고 조금 더 연장이 가능합니다. 오퍼를 거절하고 다른 곳에 갔어도 6개월 안에 연락을 하면 다시 받아주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협상

온사이트에서 합격을 하면 1-2일 안에 리쿠르터가 전화로 축하전화를 줍니다. 그리고 밀당을 시작합니다. 


리쿠르터: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나: 얼마까지 줄 수 있어요?


리쿠르터: 먼저 이야기 하세요.


나: 그 쪽이 먼저 이야기 하세요.


실제로 저런 대화를 주고 받는 것은 아닙니다. 요점은 먼저 숫자를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정찰제가 아닌 이상, 가격을 흥정할 때 먼저 이야기 하는 사람이 불리한 법입니다. 같은 회사의 비슷한 경력을 가진 비슷한 직위의 연봉 정보를 알면 알수록 협상에 유리해 집니다. 그 동안 술 마시며 만들어둔 지인 찬스를 쓸 시간입니다. 


지인 찬스가 안 된다면 Glassdoor, Paysa, Payscale 등 연봉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일단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얻습니다. 원하는 회사, 지역, 직위 이 세가지가 모두 같은 연봉 정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리쿠르터에 따르면, 제가 전화로 면접 볼 당시 시카고에 Solution Engineer는 총 3명이라고 했습니다. 연봉 정보 사이트에는 타지역 페이스북 솔루션 엔지니어 연봉 정보는 있지만 시카고 정보는 없었습니다. 그러면 비슷한 물가의 타지역에 있는 솔루션 엔지니어 연봉 정보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저는 연봉 정보 사이트에 있는 정보보다 좀 높게 요구했습니다. 실제 제가 받을 연봉은 그 사이트들의 평균값과 비슷할 확률이 높습니다. 연봉 협상 때 구직자는 높은 연봉에서 점점 내려가고, 회사는 낮은 연봉에서 조금씩 높여 갑니다. $130K를 받고 싶을 때 희망 연봉을 $130K라고 이야기하면 연봉은 $120-125K에서 결정될 확률이 높습니다. 처음에 희망 연봉을 좀 높게 부른다고 바로 오퍼가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쫄지말고 레이스!


제일 먼저 Enova에서 오퍼가 왔습니다. 연봉 이직 전 다니던 회사에서 받던 금액보다 낮았습니다. 사이닝 보너스는 $5K. 일단 전화상으로 기쁨과 고마움을 표시하고 시간을 더 달라며 끊었습니다. 다행히 오퍼 만료일을 2주로 늘려줬습니다.


곧 이어 Conversant에서 오퍼를 받았습니다. 리쿠르터 이름은 Dan. Glassdoor 정보를 토대로 희망 연봉을 상정하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Dan: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나: 일단 $X(Enova 오퍼 보다 25% 높은 금액)로 시작해보죠


Dan: 고갱님 그러시면 안 돼요.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금액 제시하고 이러지 말고, 정말 이 정도 연봉이면 사인하고  싶은 금액을 말씀해주세요. 


나: $Y(20% 인상된 금액)로 오퍼 주세요.




다음 날 전화가 왔습니다. 그 당시 스태핑 회사와 각 회사 리쿠르터들에게 전화를 수도 없이 받던 시절이었습니다. 전화를 끝내면 그 전화번호를 이름, 회사 정보와 함께 저장을 했어야 하는데 몇 몇은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앞 부분은 제대로 듣지 못한 채 Dan이라는 이름만 듣고, 기다리던 닐슨의 오퍼인줄 착각을 했습니다.  


Dan: $Z (Enova 오퍼보다 16% 인상된 금액) 콜?


나: 와 고마워요. 근데 사이닝 보너스는요?


Dan: 어 그거 없는데요. 지난 번에 이야기 했는데 안 된다고.


나: 어 기억이 잘.. 여튼 고마워요. 생각해보고 연락할게요.



며칠 후 닐슨, Conversant, Enova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오퍼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도 오퍼를 받았어요. 이 회사가 맘에 드는데 다른 곳 오퍼도 좋아요. 사이닝 보너스도 있고요. $5K 연봉 높여주고, 사이닝 보너스 $15K 주면 바로 사인할게요.

닐슨의 Dan한테 답장이 왔습니다.


고갱님, 우리는 오퍼 준 적 없는데요.


Conversant의 Dan은 다음 날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전화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이전과는 달랐습니다. 

이메일 준거 잘 받았습니다 고갱님.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Z가 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액입니다. 우리는 최대한 할만큼 했는데 무리한 요구를 하시네요. 오퍼는 없던걸로. 짜이찌엔


오퍼 협상하다가 깨질수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제 오퍼가 이렇게 깨질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1) 희망 연봉 제시, 2) 오퍼 3) 카운터 오퍼. 이렇게 세번만에 오퍼가 사라졌습니다. 좀 허무하더군요.


Enova는 연봉 대신 사이닝 보너스를 $8K로 올려줄 수 있는게 최선이라며 최후 통첩을 해왔습니다. 고민 끝에 Enova 오퍼를 거절했습니다. 다운타운으로 출퇴근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연봉까지 낮춰서 갈 수는 없었습니다. 


오퍼 2개를 날려먹고, 하루 쉬며 고민을 했습니다. 


“될때까지 하자!”


그래서 한 달 후에 다시 지금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았습니다. 제 손에 가진 오퍼가 없었기에 크게 밀당을 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 회사도 면접할 때 희망 연봉을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오퍼 받기 직전에 리쿠르터에게 연락이 와서 희망 연봉을 물어봤습니다. 고민끝에 Enova 오퍼보다 25% 인상된 금액, 사이닝 보너스 $15K를 제시했습니다. 사이닝 보너스 준적이 없다며 리쿠르터가 난색을 표합니다. 그래도 한 번 물어보겠다고 합니다. 두 번 오퍼 금액을 교환한 끝에 원하는 금액과 사이닝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퍼를 수락하고 지금 두 달째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면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니 아직 많이 부족하더군요. 당분간은 여기서 프로그래밍 다시 빡세게 하면서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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