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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카우트 Pinewood Derby 경주 대회

일상

by 목장주 2020. 2. 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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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보이스카우트 행사 중 Pinewood Derby 경주 대회가 있다며 작년 12월 부터 안내를 했다. 직사각형 나무토막, 바퀴 4개, 못 4개로 구성된 키트를 던져주고(물론 사야함) 대회 당일 누가 제일 빠른지, 누가 제일 멋지게 만들었는지 경연을 하는 행사라고 했다. 왜 이걸 보이스카우트에서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대회를 한 다니 아들이랑 열심히 준비를 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들 재밌자고 하는 행사에 아빠들이 죽자고 덤벼든다. ㅎㅎ

 

먼저 디자인.

 

아들한테 어떤 모습의 차를 원하는지 한 번 그려보라고 했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본인이 원하는 자동차를 그리고 색칠도 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파란색을 바탕으로 강렬함을 나타내는 불도 그려줘야 하고, 경주용 차니까 스포일러도 달아줘야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자니 아래 짤방이 문득 떠오른다. HCI 공부할 때 감탄을 하며 깔깔깔 웃었던 짤인데 내가 이 짤의 주인공이 되게 생겼다. 

 

 

여러번의 대화와 유도를 통해 Pinewood Derby 키트에 있는 디자인대로 하기로 합의를 했다. 

 

 

Pinewood Derby 키트에서 제공하는 나무토막은 직사각형이기 때문에 일단 유선형으로 나무를 깎아야 한다. 보이스카우트 아빠들 중에 전동 줄톱을 가진 아빠가 자원봉사를 해준다고 한다. 못 해도 한 60여명 이상이 참가할텐데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는 봉사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모양은 얼추 유선형으로 잘 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파란 몸통에 하얀색으로 선과 트로피 모양을 그리는 일만 남았다. 붓으로 그리기엔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래 아빠가 삽질로 다져진 마스킹 테잎 실력으로 똑같은 디자인을 만들어주마!

 

먼저 파란색 물감으로 몸통을 칠해서 하루를 말렸다. 그리고 마스킹 테잎을 붙이고 심혈을 기울여 칼로 도려냈다. 결과는 한 30% 비슷하다 -_-

 

 

이제 마스킹 테잎이 붙지 않은 곳에 흰색을 칠할 차례. 파란색이 수성 물감이다보니 하얀 수성 물감으로는 안 되고. 집에 남는 프라이머를 사용하기로 했다. 아들아 번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칠해라!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테잎을 때면 완성! 망했으요!

 

 

열심히 사포로 문질러서 다시 다 지워냈다. 전동 사포 쓸 일 없을 것 같아 팔았는데. 손으로 밀어내느라 죽는 줄.

 

 

Pinewood Derby가 보이스카우트 뿐만 아니라 일반 단체에서도 많이 하는 행사라 필요한 부품들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찾아보니 데칼을 팔길래 습식, 건식 하나씩 사서 써보기로 했다. 

 

먼저 습식 데칼. 왕년에 프라모델 좀 해봤다며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결과는 또 망했으요! 

 

예전에 해본 데칼은 작은 거라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 데칼은 아이패드 만한 큰 종이를 잘라서 나무위에 올려놓고 물을 적신후 떼어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일단 잘 잘라야하고. 떼어낼때도 조심해야 한다. 떼어내다 실수하면 데칼이 찢어진다.

 

종이를 잘 뜯어내도 접착력이 양하고 잘 찢어지므로 습식 데칼은 비추.

 

 

망한 것은 막내 녀석 가지고 놀라고 주기로 했다. 나무 토막을 경사지게 잘랐기 때문에 사실 자동차 2개를 만들 수 있다. 다시 한 번 아들과 상의 끝에 앵그리버드 디자인으로 가기로했다. 

 

먼저 나무를 붉은 수성 물감으로 칠했다. 유성 물감을 사서 했어야 하는 건데. 너무 묽어서 나무 물결이 그대로 보인다. 다행히 아들은 그냥 붉은 색으로 바뀐 것 만으로도 좋아했다. 앵그리버드 얼굴은 색 칠하는 대신 칼라 프린터로 뽑은 후 오려서 붙이기로 했다. 처음 디자인도 그냥 하얀 종이 오려 붙일 걸..

 

 

앵그리 버드로 일단 차의 전면은 강한 인상을 주었지만 옆면이 허전했다. 이번에는 건식 데칼을 써보기로 했다. 그냥 오려서 나무에 대고 꾹꾹 누르며 긁어주면 달라 붙는다. 

 

 

이제 디자인은 끝났으니 시간 단축을 위한 최적화를 해보기로 했다. 이게 뭐라고 아빠들이 수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빠른 자동차를 만드는 여러 팁 들을 만들어 냈다. 간략하게 말해서 자동차의 속도를 높이려면 마찰을 줄이고, 무게 중심을 바꾸면 된다. 

 

자세한 7가지 팁은

  1. 뒷 바퀴보다 1인치 정도 앞에 추를 달아 무게 중심을 바꾼다.
  2. 공기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으로 나무를 자른다
  3. 바퀴와 땅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4개의 바퀴 중 한 개의 바퀴를 땅에 닿지 않게 해준다.
  4. 가벼운 휠을 쓴다
  5. 바퀴와 땅이 닿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 바퀴 축을 휘어서 바퀴의 일부분만 땅에 닿도록 한다
  6. 휠의 방향을 틀어서 차의 진행 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치도록 한다. 
  7. 휠과 바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흑연(graphite)을 뿌린다

안타깝게도 보이스카우트에서 Pinewood Derby 규칙을 알려줬는데

  • 4 바퀴가 모두 땅에 닿을 것
  • 바퀴와 휠은 제공된 것만 사고 별도의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
  • 가루형 흑연만 사용할 것

그래서 3번과 4번은 탈락. 무게를 늘이기 위한 추와 마찰을 줄이기 위한 흑연 가루까지 사야하나 싶어서 1번과 7번도 제외. 2번은 이미 했고 남은 것은 5번과 6번. 휠 구부리는 것이야 뭐 뻰치로 하면 되니 해보기로 했다. 테스트해보니 축이 휘어서 바퀴과 몸통에 닿을 것 같았다. 이미 엎어진 물 그냥 출전하기로 했다.

 

경기 당일. 출석 체크를 한다. 애들을 위해 가짜 면허증도 코팅해서 주더라. 아저씨들 준비 많이 한 듯.

 

 

차량 등록 전 계측도 한다. 무게가, 길이, 차폭 등 계측 후 통과하면 출전이 가능하다.

 

 

출전한 차들을 한 번 보기로 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극강의 디자인 부터, 우승보다는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킨 차들까지 다양했다. 추를 달아서 무게 중심을 바꾼 차들이 꽤 많았다. 다들 어디서 구매했는지.. 내년에는 인터넷에서 미리 미리 구매 좀 해야겠다.

 

 

실제 경기를 할 트랙이다. 생각보다 길다. 

 

 

출발선. 문 안에 연결된 컴퓨터에서 차 앞을 가로막은 나무를 내려 출발을 시킨다. 

 

 

결승선에 센서가 있어서 순위와 기록을 측정한다. 

 

 

각 Den마다 상위 1-3위에게 주어지는 트로피. 상위 2위까지는 결승을 한 번 더 한다. 3.2xx초의 기록이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록이고, Den에서 상 받으려면 3.4초 대에는 들어와야 한다. 

 

 

경기를 해보니 예상했던 대로 바퀴가 몸통에 닿았는지 속도가 현저히 줄어 4.x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들이 속한 Den에서 4명 출전해서 4등 하는 바람에 트로피 하나 못 받았다. 트로피 못 받았다고 서운해하거나 울지 않고 아들이 재밌어해서 다행이다.

 

미안하다 아들아. 아빠가 내년에는 꼭 트로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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