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이메일이 하나 왔다.
너 나랑 일 하나 하자

처음엔 스팸인 줄 알았다. 그냥 투표 참관인이 아니라 선거관리를 하라는 거였다. 정식 명칭은 Election Judge. 줄여서 BJ EJ라 부른다. 미국 법원이 선거를 지역 주민에게 아웃소싱을 한다니...
그런데 말입니다, 한국에서 참관인은 기본이 10만원인데 여긴 기본이 $250!. 심지어 "작년에 했던 사람은 $300 줄게!"
묻고 더블로 가
Polling Place Technition(PPT) 이라는 직종도 있는데 이건 $400! 전자 투표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계 관리 인원이 필요한 듯 하다. 돈 더 준다길래 혹했는데 나는 EJ 하란다.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경험있는 신입만 원하는 거지같은 세상 ㅠ.ㅠ
EJ 교육
Election Judge가 뭔지 대충 이메일에 적혀있었다.
- 교육 받아라
- 투표 전날 장비 설치해라
- 당일엔 새벽 5시부터 고생해라
- 다 끝나면 치우는거 알지?
EJ 교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개가 있다. 오프라인 교육부터 받았다. 장비 조립, 유권자 인증, 스캐너 사용법 등을 배웠다. 2시간 반 동안 실습하는데 딴짓할 시간은 눈꼽만큼도 없다. 다행히 암기하라고 강요는 안했다.
당일날 매뉴얼 보고 하세요

오프라인 교육이 끝나고 온라인 교육도 있다. 이건 그냥 오프라인 교육 복습임. 매뉴얼 다시 보여주며 시험보는데 오픈북이니 걱정 ㄴㄴ

투표 장비 설치
투표 전날 EJ 경력 수차례 인듯한 아저씨한테 단톡방 문자가 왔다.
오늘 5시에 장비 설치하자
현장 도착해 보니 나 포함 4명. 문자 보낸 아저씨는 전자 투표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가림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비밀투표는 소중하니까.
이런 가방이 3개가 있다.

가방 안에 있는 내용물을 조립하면 비밀투표를 위한 가림막이 된다. 햇빛 가리게인지 투표 가리게인지 뭔가 허접하다. 실제 대선 때는 사람이 너무 많고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고 한다. 그냥 가림막 안 가고 줄 서서 남들이 다 보는 데 투표했다고. 이게 무슨 눈가리고 아웅이야.


이건 더 허접하다.

49 선거구 이므로 선거구 안내도 하고.

다음에 한 일은 선거 운동 금지 구역 표시. 투표장 100피트 안에서는 선거 운동이 불가능하므로 표시를 해줘야 한다. 100피트 거리 재라고 줄자 대신 100피트 정도 길이의 끈과 분필을 주더라. 거짓말 같지?
올해가 두번째라는 EJ가 이것 저것 어떻게 하는지 묻자, 경험 많은 아저씨가 한심하다는 듯..
그거 매뉴얼에 있잖아요
EJ 교육 빡시세 시켜야한다.
투표 당일
새벽 5시에 도착해서 일단 문 걸어 잠그고 시작했다.
- 국기 게양
- 장비 부팅
- 선거인 명부 시스템 접속
인터넷이 느려서 투표 시작 전까지 로딩 중. 하마터면 투표 시작 전에 못 끝날 뻔 했다.

매뉴얼에는 투표 시작 전에 "시작합니다"라고 외치래서 밖에 아무도 없는데 소리쳤다. 물론 저녁에는 "투표 30분 남았어요", "투표 끝났어요"라고 외쳐야 한다. 그래야 수미쌍관이지.
본인 인증
미국 투표 시스템은 좀 허술해 보이는 면이 있다. 내가 봤을 땐 본인이 투표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 제일 이상하다.

본인 인증은 서명이 있는 문서와 주소가 있는 문서가 있으면 된다. 단 사진은 없어도 됨. 이게 인증 시스템이라니. 한국은 공인인증, 휴대폰 인증이 너무 과해서 문제이지만, 여긴 너무 허술해서 문제.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서명과 유권자가 현장에서 한 서명이 다르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심지어 누군가가
니가 홍길동이라고?
내가 홍길동 옆집에 사는데 니가 홍길동이 아니라는 것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 건다.
쫄리면 뒈지시든지...
이러면 의심을 하고 다시 돌려보낼 수 있다. 아귀가 인증 시스템이라니...
투표
본인 인증이 끝나면 투표를 한다. 나름 돈을 쓴 전자 투표기가 있어서 전자 투표도 가능하다. 근데 투표가 끝나면 결과를 종이로 인쇄한다. 이게 무슨 ebook 사놓고 출력한다음 형광펜 칠하는 소리야. 어이 없지만, 투표 기록을 남기기 위해 투표 용지 인쇄가 필요하다.
투표가 끝나면 투표 용지를 스캐너에 넣어서 OMR 카드 처럼 결과를 읽어서 저장한다. 스캐너에 넣기 전에 EJ들이 투표 용지에 서명을 해야한다. 근데 서명할 때 투표 결과를 보게 되면 이게 무슨 비밀선거야. 그래서 투표 결과를 보지 못하게 책받침 같은 종이로 투표 용지를 가리고, 투표 용지 상단에 EJ가 서명을 한다. 웃기지?
서명이 끝나면 다시 투표 용지를 유권자에게 돌려주고, 유권자가 직접 스캐너에 투표 용지를 집어 넣는다. 만약 스캐너가 인식을 못 하면, 그 투표용지는 폐기하고 유권자는 다시 투표를 해야한다. 실제 마커가 번져서 그런 일이 두어번 있었다.

한국에서의 선거는 선거 후 투표 용지를 모아서, 기계가 투표 용지를 분류한다. 그리고 그 분류한 것을 사람이 확인한 후 집계를 한다. 여기는 투표가 끝나면 투표 결과를 OMR로 읽어서 각 투표 장소에서 이미 집계가 끝난다.
투표 마감
오후 7시가 되어 투표가 마감이 되었다. 대선도 아니고, 후보들도 경선이 거의 아닌 거의 무투표 당선 수준으로 나왔고, 사전 선거, 우편 투표도 활발하게 이용했기 때문에 선거 당일 유권자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 이런 선거에서의 EJ는 꿀빠는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정리를 끝내고 오후 9시 정도에 집에 갈 수 있었다.
입금
4월 1일 선거가 끝나고 4월 26일 드디어 알바비가 들어왔다. 세금 떼고 받은 돈이...
$50
푸하하하하하. 물론 세금을 많이 떼는 옵션을 설정해 놓긴 했다. 내년 4월에 연말 정산 때 세금 더 냈으면 돌려받겠지 ㅜ.ㅜ

교육 포함 EJ를 위해 쓴 시간은 총 20시간 30분. 그냥 20시간으로 퉁치자.
- 세전 시급 $12.50
- 세후 시급 $2.50
- 내년에 다시 하면 $300 받으니 세전 시급 $15
참고로 일리노이 최저 임금은 시간당 $15. 진짜 큰 욕심 없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한 번은 해볼만한 민주주의 지킴이 리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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