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셋째 아이 예정일까지 19일 남았습니다. 6월 2일이 예정일이라 여행가방 안에 여벌 옷과 카메라를 챙겨서 다닙니다. 첫째와 둘째 모두 성격이 느긋한 지 예정일에 맞춰 나오거나 그 보다 일찍 나온 적은 없습니다.
5월 말은 메모리얼 데이 연휴가 끼어 있어서 많이들 휴가를 떠납니다. 교당에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영세 자영업 특성상 많이 쉬지 못하니 전국적인 연휴에만 맘 놓고 쉴 수 있습니다. 연휴에 맞춰서 훈련도 하고 가족끼리 물놀이도 할 겸 교당에서 Blue Harbor로 훈련을 떠납니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이 시기에 캠핑을 떠납니다. 저번 세일 기간에 새로 산 인스턴트 텐트를 가지고 떠날 절호의 찬스입니다.
하지만 예정일을 4일 앞두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걱정이 됩니다. 첫째와 둘째를 낳을 때 진통이 오거나 양수가 터진것 같아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얼른 병원에 갔습니다. 둘째 때는 한 번 경험이 있어서 병원 가기 전에 라면도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중간에 아이를 아는 누님댁에 맡겨 놓는 여유까지 부리고 갔습니다. 아직은 진통이 심하지 않았기에 당당히 응급실로 걸어 들어갑니다.
"나 애 낳으러 왔는데.."
응급실 직원들도 쿨 하게
"분만동으로 가"
라고 합니다. 요새 말로 쿨내 진동합니다.
하지만 막상 산부인과의사는
"너님 아직 멀었어요. 더 걷고 오세요."
라며 병원 내부를 빙빙 돌게 했습니다. 둘째는 독립 기념일에 나왔기 때문에 빙빙 돌면서 병원 근처에서 하는 불꽃 놀이도 구경했습니다.
이렇게 진통이 오거나 혹은 양수가 터졌다고 느끼고 나서도 한 참 후에 아이들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걱정은 좀 덜하긴 한데, 둘째, 셋째는 빨리 나온다고들 하셔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캠핑장은 위스콘신에 있는 Christmas Mountain Village입니다.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수영장과 캠핑장으로 많이 찾는 저희의 단골 리조트입니다. 스키장이라고 해봐야 작은 산이라 크지는 않습니다. 그나마도 아이들 때문에 튜브만 타고 스키는 아직 타지도 못 해봤습니다. 아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이 캠핑장까지는 약 2시간 50분이 걸립니다. 이것도 막히지 않을 때 이야기입니다.
교당에서 훈련을 떠나는 Blue Harbor 리조트도 자주가는 단골 리조트이고 물놀이 시설이 더 잘 되어있어서 큰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곳입니다. 여기는 조금 더 가까워서 병원까지 2시간 거리입니다.
쉽게 말해 대전에서 가족끼리 놀고 있는데 진통이 오거나 양수가 터졌다고 느끼면, 경부고속도로 타고 서울 남쪽에 있는 병원에 애기 낳으러 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미국에서 하도 운전을 많이 하니 2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쓰고 보니 참 먼 거리라 걱정이 됩니다. 차에서 아이가 나오면 어쩔까 걱정이 되어 "운전중 출산"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운전중 출산이라는 글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실제 운전 중 출산 영상을 링크해놨습니다. 미국으로 보이는데 부부가 아이를 낳으러 차를 탄지 45분만에 차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부부 역시 셋째 아이의 출산이었습니다. 그 부부는 운전한지 45분도 안 되어서 아이를 낳았는데, 저희 부부는 2시간을 넘게 운전해야합니다.
혹시나해서 찾아보니 캠핑장은 주변에 큰 병원이 없고 1시간 거리의 Madison에 가면 대학 병원이 있습니다. Blue Harbor 리조트 주변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종합 병원이 있습니다. 응급 상황의 경우 원래 다니던 병원이 아닌 곳에서 낳아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캠핑이든 리조트든 아이가 좋아해서 가고 싶은데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니 참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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