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는 아틀란타에서 2014년은 시카고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2017년 6월 2일은 셋째 예정일입니다. 예정일에 나오길 기대했지만 셋째는 그럴 생각이 없나봅니다.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나올 때까지 그날 그날 있었던 일을 써보겠습니다.
여보 나 진통이 10분 마다 한 번씩 오는 것 같아..
예정일 저녁에 병원 근처에 사는 아는 형님 댁으로 가는 중에 아내가 말했습니다. 규칙적인 진통이지만 그렇게 아픈 것은 또 아니랍니다. 아내는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담당 의사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의사는 일단 병원에가서 진찰을 해보라고 합니다. 저녁 시간이기에 일단 밥을 든든하게 먹고 아이들은 아는 형님께 맡기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응급실 앞에 차를 댑니다. 도심에 있는 병원이 아니어서 그런지 주차비를 받지 않습니다. 응급실 문을 멀쩡하게 걸어 들어가서 줄을 섭니다. 앞에서 있는 사람들도 응급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멀쩡하게 서 있으니 아내를 따로 부르지도 않고 천천히 앞 사람들 먼저 다 일 처리해줍니다.
직원: 다음 고갱님~
아내: 오늘 예정일인데, 진통이 와서 애기 낳으러 왔는데요
직원: 옆으로 돌아가면 엘리베이터 있으세요. 그거 타고 3층 가세요.
3층에 올라가니 낯설지가 않습니다. 3년 전 둘째도 이 병원에서 낳았습니다. 그 때도 제발로 걸어들어와 낳았습니다. 간호사들 모여있는 곳에서 등록을 합니다. 오늘은 애기 낳는 사람이 없는지 3층이 조용합니다.
등록을 마치고 분만실에 들어갔습니다. 3년 전에 썼던 분만실보다 작은 느낌입니다. 간호사가 갈아입을 옷을 주고 나갑니다.
간단한 정보를 적는 판입니다. 아픈 정도를 표현하는 숫자도 있습니다. 아내는 2번의 출산 모두 에피듀럴을 맞았기 때문에 아픈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에피듀럴 맞는게 더 아프답니다.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주사 바늘이 어찌나 크던지.
아내는 입고 왔던 옷을 비닐에 넣고 등이 파인 가운으로 갈아 입습니다.
침대 옆에는 옷장이 있어서 산모와 보호자 옷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출산 후 다른 병실로 옮기기 때문에 저는 잘 안 썼습니다.
산모 침대 옆에 보호자용 간이 침대도 있습니다. 분만실에서 잘 보호자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몰라 비치해 놨나봅니다. 아내가 분만하려고 준비중인데 옆에서 자면 바로 등짝 스메싱입니다.
간호사가 배에 센서 2개를 설치하고 이것저것 묻습니다. 태아 심박수와 진통을 위한 센서입니다.
수축이 오면 태아 심박수도 같이 올라갑니다.
여기 사람 있어요!
진통 그래프에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봉우리가 보입니다. 고원처럼 쫘악 일직선을 이뤄야하는데 그냥 봉우리만 보입니다.
레지던트와 인턴이 와서 초음파를 한 번 해봅니다. 태아 머리만 확인하고 돌아가더니 다시 옵니다.
고갱님, 양수가 얼마나 있는지는 안 보고 갔네요. 한 번 더 하실게요
근데 초음파로 어떻게 알아보는지 잘 모르는가 봅니다. 의사를 불러옵니다.
의사: 측정할 때는 여기서 여기까지 요래 스캐너를 움직여야지. 아 고갱님 죄송해요 고갱님 배로 실습해서
레지던트: 아..
의사: 어머 고갱님, 양수가 아주 충분하세요. 양수가 얼마 없으면 낳을텐데 충분하니까 그냥 돌아가실게요. 배가 더 많이 아프거나 더 자주 아프면 오세요.
병원에서 아이 낳을 줄 알았는데 귀가조치 당했습니다. 형님내 가족들에게도 거의 이틀 후에 볼 것처럼 인사하고 왔는데 빠꾸라니요. 한 밤 중이라 어디 돌아다닐 곳도 없고해서 일단 그 형님댁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근처 아이키아에 걸으러 갔습니다. 신나게 걸어야하는데 몸이 무거워서 걷기 힘들다고 합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아이를 목마태우고 지나갑니다. 그걸 보고 아들이 자기도 해달라고 조릅니다. 둘째가 무거워서 잘 안 해주는데, 이제 곧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될 것을 생각하니 안 쓰러워서 한 번 해주기로 합니다. 아주 신나서 활짝 웃고 있네요.
아이스크림에 시나몬 빵까지 먹고 아이들만 신났습니다.
병원에 다시 돌아가려고 자리를 옮겨 또 한 시간을 걸었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오늘도 포기하고 친한 형님 댁에 다시 돌아갔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그냥 계속 일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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