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텃밭을 할당 받아 똥 퍼서 거름 줬다는 글을 썼습니다. 셋째 낳기 딱 한 달 전 이야기더군요. 똥 퍼서 거름 주기 전에 밭을 일단 한 번 갈아 엎었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25에 갈아 준다길래 하기로 했습니다. 경운기 앞 부분 같이 생긴 걸 가지고 밭을 깔끔하게 갈아줍니다. 2번 갈아줍니다.
굳어 있던 땅이 부들부들 해져서 이제 거름 주고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아내가 셋째 출산으로 시간도 없고 몸도 힘들기 때문에 그냥 고추와 호박만 심기로 합니다. 작년에 깻잎을 심었더니 수요보다 공급이 너무 많아 따기 바빴습니다.
같이 놀러온 아이들은 노느라 바쁩니다. 땅도 파고 칼 싸움도 하고.
고추 모종을 심을 곳을 줄 맞춰 파 놓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거름 붓고 모종 심고. 날이 흐려서 우비를 입고 갔는데 심는 중에 비가 옵니다. 손은 말똥 범벅이 되었습니다. ㅠ.ㅠ
그리고 한 달 이 지났습니다. 무슨 밀림에 온 줄 알았습니다. 어느게 고추 모종이고 어느게 잡초인지 구분이 안가네요. 다시 아저씨를 불러서 갈아 엎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셋째 낳는다고 2주 휴가 냈으니 남는게 시간입니다. 아저씨 부르는 대신 그냥 삽으로 갈아 엎기로 합니다. 한 시간 정도 삽질을 하니 이제 고추 모종이 어떤 건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깨, 손목 통증과 맞바꾼 결과입니다.
검정 비닐이나 천을 덮어주면 잡초가 자라는 걸 막아줍니다. 홈디포에 팔지만 그거 안 사고 그냥 박스로 땅을 덮어도 비슷한 효과가 난다고 합니다. 깔린 박스의 90%가 아마존 박스입니다. 아마존 충성충성!
이제 나머지 부분은 잔디로 덮어줍니다. 박스보다는 효과가 덜 하지만 쓸만합니다.
집에도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놨습니다. 여기는 차타고 10분 정도는 와야하기 때문에 자주와서 물주는 것도 일입니다. 하지만 집 텃밭에는 손쉽게 물도 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비해 잡초도 거의 없습니다. 같은 고추를 심었는데 비교해 보면 훨씬 큽니다. 여기가 되었든 집이 되었든 아마 몇 주 지나면 이제 고추를 따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겹살에 맥주 한 잔 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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